농협 직원도 가담시켜 다른 사업자에 채무 전가까지
농협 조곡 판매 어려움을 알고 외상·담보 거래 유도
지역농협에서 조곡(도정 전 벼)을 받아 판매한 뒤 판매대금을 건네주지 않고 가로채는 수법으로 수십 억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농협 직원도 범행에 가담시키고, 다른 사업자를 속여 농협으로 부터 조곡을 건네받기 위한 채무(담보)를 전가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19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양곡 유통업체 대표 권모 씨(57)를 구속하고 범행을 주도하고 잠적한 김모 씨(48)의 행방을 쫓고 있다. 범행에 가담한 농협 직원 등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6월 인천의 한 지역농협에서 20억5000만 원 상당의 쌀 2000톤을 출하받은 뒤 다른 양곡 유통업자 등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수법으로 13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농협으로 부터 조곡 판매대금(채무) 변제 압박을 받자 사업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던 사업자를 끌어들여 돈을 빌려주겠다고 속인 뒤 부동산을 농협에 담보로 제공하도록 해 채무를 전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월 해당 농협의 채무 변제 압박이 심해지자 사업 자금이 필요한 전남 소재 식품업체 대표 A씨(38)에게 접근해 ‘담보를 제공하면 사업자금 20억 원을 융통해주겠다’고 속여 30억 원 상당의 공장 건물 등을 담보로 잡히게 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해당 농협 직원을 꼬드겨 근저당권설정 계약서를 위조하게 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 때문에 담보를 제공한 A씨는 이들이 기존에 거래했던 농산물 거래분까지 떠안게 돼 피해를 키웠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4월에도 충남의 한 농협에서 조곡 900톤을 출하받아 8억4000만 원 상당을 챙기고 이를 갚지 않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조사결과 이들은 조합원들이 수확한 조곡을 농협에서 대량 수매해 판매해야 하는 어려움을 알고 이를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가로챈 28억9000만 원 중 2억2000만 원은 농협에 갚았지만 나머지 대금은 개인 채무와 유흥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양곡 수매사업의 어려움과 담보대출 조건이 강화돼 힘든 상황에 처한 피해자의 심리를 악용한 사기 수법”이라며 “통장 이체 내역과 거래장부, 위조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을 자세히 분석해 진상을 밝혀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약서를 위조할 때 농협 직원도 가담한 점으로 비춰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보강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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