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감자’ 연금개혁, 세계를 달구다
노인층 증가와 어려운 경제 등으로 불거진 연금개혁 이슈가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러시아, 프랑스, 아르헨티나, 칠레 등 세계는 지금 연금개혁 과정에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걱정 없는 노년 생활을 위해 국민연금제도를 시작한 지 30년. 2018년 8월 말 기준, 가입자 수는 약 2천 2백만 명, 수급자 수도 450만 명을 넘어섰다. 건강검진을 하듯, 국민연금도 5년마다 얼마를 내고, 얼마를 받을지 재정 상태를 점검해 연금제도를 개편한다. 2018년은 국민연금의 4번째 재정 재계산의 해다. 지난 12월 14일 정부는 연금 개편안을 공개했다. 최종적으로 결정되려면 남은 절차가 많지만, 연금제도 개편을 앞두고 우리 사회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과연 누구나 만족하는 국민연금, 해답은 있을까?
■ 10년에 걸친 ‘사회적 합의’ - 영국
제작진은 우리보다 먼저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하고, 몇 차례 개정하며 홍역을 치른 영국을 찾아가 봤다. 영국 정부는 심각한 노후빈곤과 연금재정 안정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2002년 세 명으로 구성된 독립기관인 ‘연금위원회’를 꾸려 제도 대수술을 맡겼다. 당시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였으며 연금위원회 구성원이었던 존 힐스(John Hills) 교수는 제작진과 만난 자리에서 “3명의 연금위원회 구성원들은 각자 출신에 따른 당파성을 자제하며, 사회적 합의를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연금백서> 를 만들고, 연금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전 국민연금의 날(National Pensions Day)’ 행사를 열어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2002년에 시작된 연금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10년이 지나서야 마무리될 수 있었다. 연금백서>
■ 협상에 의한 개혁 - 스웨덴
스웨덴은 1913년 세계 최초로 모든 국민에 적용하는 공적연금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인구 고령화와 저성장·실업률 증가로 연금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7개 정당이 참여하는 ‘연금 실무 작업단’을 꾸려 본격적인 연구에 나섰으며 ‘협상에 의한 개혁’을 추진했다. 실무 작업단은 연금급여액이 낮은 이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최저보장연금’을 국가 재정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개혁을 10년 동안 진행했으며 98년 최종적으로 개혁을 단행했다.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집권당인 사민당이 보수정당 주도의 연금개혁에 적극적으로 동참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만난 정부의 연금담당자는 “연금개혁 당시 정당들은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했고, 국민들을 위한 최선을 찾아 합의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 정년 연장과 연금액 자동삭감 시스템 도입 - 일본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어떨까? 제작진은 호텔리어 교육이 한창인 한 교육장을 찾았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운영하는 취직지원 프로그램인 ‘헬로워크’ 교육으로 그중 40%가 노인들이었다. 교육을 마치면 일선 호텔에 취직해 제2의 직업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일본이 이렇게 정부까지 나서 노인 재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는 연금재정 악화 때문이었다. 일본 정부는 2004년 대대적인 연금 개혁을 하며 ‘거시경제 슬라이드’의 도입했다. 거시경제 슬라이드는 쉽게 말해 연금 재정이 악화하면 지급하는 연금액을 줄이는 것이다. 더불어 정년 연장과 노인 재취업을 적극 했다. 그리고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면 나중에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정년 연장 정책으로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 조사기업의 81%가 은퇴한 노인들을 재취업시켰고, 정년을 없앤 곳도 2.7%나 됐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은 세대, 처한 상황에 따라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다. 인구변화와 재정 악화하는 문제 앞에서 연금개혁은 피할 수 없는 현안. 다큐멘터리에서는 연금개혁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조명하는 한편, 선진국들의 연금제도와 연금개혁과정의 사례를 통해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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