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곳곳에 들어선 건축물에는 역사와 삶이 담겨있다. 어떤 건물에는 지역이 지내온 역사적 숨결이, 또 다른 건물에는 첨단 기술이 발달한 현재의 모습이 담겨있다. 경기도에는 이런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건축물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여행하기 좋은 따뜻한 봄, 편안하게 걸으며 다양한 볼거리를 접할 수 있는 경기도 건축 테마 여행지를 소개한다.
△과거의 역사와 현재를 담은 이천 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용인 ‘은이성지’
이천은 조선시대 백자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과거 풍부한 물자와 자원은 물론, 한양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이 더해져 솜씨 좋은 도공들이 터를 잡고 품질 좋은 도자기를 만들었다.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이천의 도자기는 왕실에서 쓰이며 ‘왕실의 도자’로 불리기도 했다. ‘예스파크’는 도자 역사가 유구한 이천 곳곳의 소규모 도자 공방과 업체를 한 곳에 모은 도자 문화 콘텐츠 단지다. 현재 이곳에 자라잡고 있는 약 150여 개의 공방에서는 예술가들이 모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도자 공방 외에도 가구 공예, 종이공예, 가죽공예 등 다양한 공방에서 전시, 교육, 판매도 진행한다. 공방 체험 활동 후에는 예술적 감성으로 채워진 아름다운 건축물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통 이미지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한 건축물들은 관광객에게 인기가 좋다. 특히 커다란 통기타 건물은 SNS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이곳은 수제기타공방인 세라기타문화관으로 기타 교실과 우쿨렐레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맞은편 건물에는 녹슨 철로 만든 말 모양의 외벽 장식이 눈길을 끈다. 이곳은 도자 작품 갤러리로 녹슨 철과 도자의 조화가 색다르다.
양주에는 최근 tvN 드라마 ‘남자친구’에 등장하며, 인기 명소로 떠오른 곳이 있다. 바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다.
장욱진은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와 함께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서양화가다. 작가는 아이와 가족, 나무와 새 등 일상 속 대상을 통해 내재된 정신적인 본질을 추구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단순하고, 대담하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순수한 내면세계를 추구한 작가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고 한국현대미술의 발전을 위해 세워졌다. 낮은 언덕 위에 자리 잡은 미술관은 늘 자신은 심플하다고 말하던 작가처럼 간결하다. 미술관은 작가의 호랑이 그림 ‘호작도’와 거주하던 집을 모티브로 설계했으며 중앙의 천정과 각각의 방들로 구성됐다. 몽환적인 느낌을 안기는 순백색으로 된 건물의 내외부와 독특한 구조로 미술관은 2014년 뛰어난 건축적 성과를 평가하는 ‘김수근 건축상’과 영국 BBC ‘ 2014 위대한 8대 신설 미술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기획전시와 상설전시도 만날 수 있다.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유익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미술관 관람 후에는 상쾌한 봄바람을 맞으며 야외 산책로를 걷거나, 인근에 있는 장흥조각공원과 미술관 옆에 조성된 캠핑장을 방문하는 것도 추천한다.
용인시 양지면에 자리한 은이성지는 아담하고 평범하지만, 한국 천주교 역사에 큰 자취를 남긴 성스러운 장소다. 은이는 숨겨진 마을이라는 의미인데, 이곳에 천주교 박해를 피해 숨어 살던 천주교 신자들이 교우촌을 형성해 붙은 이름이다.
은이성지가 특별한 이유는 한국 최초의 사제이자 순교자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세례를 받고, 첫 사목 활동을 펼친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중심은 김가항성당이다. 오각형을 이루는 전면은 평평한 민무늬 벽과 중앙의 십자가 아래 한자로 ‘천주당’이라고 적힌 점이 독특하다. 성당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는 김대건 신부가 사제서품을 받은 중국 상하이의 김가항성당을 재현한 것인데, 상하이 정부의 개발계획에 따라 철거한 성당을 상하이교구의 도움을 받아 이곳으로 옮겨 지었다. 성당은 김대건 신부의 생애를 닮은 소박하고, 기품있는 모습으로 2018년 경기도건축문화재로 지정됐고, 제23회 경기도건축문학상을 받았다. 성당을 둘러보며 일상에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을 보낸 후에는 성당 옆에 있는 한옥 모양의 김대건기념관에 방문해 그의 일대기를 둘러보며 그를 기억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현대 기술 발달을 담은 ‘KTX광명역’, ‘판교테크노밸리’
역은 여행과 일상이 만나는 교차점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감정과 추억이 쌓이는 장소이기도 하다. KTX광명역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큰 규모가 놀라움을 안긴다. 둥근 아치형 지붕은 기둥 하나 없이 높이 솟아있고, 부드럽게 흘러내린 곡선은 역의 동편과 서편을 나눈다. 지붕의 중앙부분과 열차가 들어오는 앞뒤 방향의 벽은 투명유리로 만들어 플랫폼 전체가 햇빛을 한껏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곳의 웅장한 건축미를 제대로 감상하는 포인트는 서편 3번 출구 앞 광명시 관광안내소 옆 맞이방이다.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과 즐거움과 설렘을 안고 떠나는 기차,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풍경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다. 역의 주변에는 볼거리, 먹거리도 풍성하다. 이케아 광명점, 롯데아울렛, 코스트코 등 인기있는 대형 쇼핑몰을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 쇼핑이 끝난 후에는 특색있는 식당에서 지친 몸을 달래주는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도 좋다.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있는 첨단 산업 연구 단지인 판교테크노밸리는 IT(정보기술), BT(생명기술) 등 첨단산업의 발달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장소다. 판교테크노밸리에는 국내 유수의 IT 기업들과 R&D센터 등이 들어서 있어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이곳의 건축물들은 기존의 틀을 깬 다양한 형태로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판교테크노밸리 건축 투어 시작은 판교역에서 시작한다. 역을 나오면 ‘알파돔타워3’와 ‘클레프톤타워’를 잇는 기하학적 디자인의 연결통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빌딩 사이를 비행하는 웅장한 우주선 같은 모습은 눈길을 끈다. 이곳을 따라 걷다 보면 뾰족한 탑 모양의 개나리교를 만날 수 있다. 다리의 상부는 탑 모양이고 길은 구불구불하게 휘어진 개나리교는 직접 걸어봐야 더 새로운 곳이다. 다리를 건너면 테크노밸리의 본격적인 업무 공간이 펼쳐지는데, 푸른 빌딩마다 새겨진 익숙한 기업의 로고를 찾아보며 걷는 일은 또 다른 재미다.
경인일보=강효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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