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준한 산세를 이루고 있는 강원도 인제. 농사를 짓기 어려운 이곳의 마을 사람들은 예부터 여름마다 특별한 김치로 허기를 달랬다. 잡초처럼 지천에서 자라는 ‘질경이’와 겨울철 말린 황태를 꺼내 김치를 만드는 것이다. 인제에서 태어나 한 번도 고향을 떠난 적이 없다는 유옥선 씨는 손자가 찾아온 날에 맞춰 두 손을 걷어붙였다. 할머니를 닮아 어렸을 때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준혁 씨는 이제 할머니와 함께 요리하는 걸 즐긴다. 과연 손자와 함께 만든 여름 김치는 어떤 맛일까?
여수시에 있는 넙너리 바다. 이재열, 박춘선 부부는 이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간단다. 남편 이재열 씨가 배를 몰고 넙너리 바다 한가운데 정박하면 그다음은 아내 박춘선 씨의 차례가 온다. 박춘선 씨는 약 40여 년 경력의 상군 해녀로 모든 일에 거침이 없다. 박춘선 씨의 망태기를 가득 채운 건 청각과 꼬시래기. 어린 시절 이재열 씨와 가족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식자재로 7월 초부터 8월 초까지가 제철이다. 추억의 맛을 이 부부에게 선사하기 위해 온 이는 마을 이웃인 김명진 요리 연구가. 경남 진주 출신으로 여수의 좋은 식자재를 연구하기 위해 11년 전 이곳으로 정착했다. 외지 사람이 여수에서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박춘선 씨의 도움이 컸다. 그녀의 손에 의해 청각을 담뿍 넣어 만든 시원한 청각 냉국과 꼬시래기와 홍합을 넣어 씹는 맛이 일품인 꼬시래기 김치가 완성됐다. 그들의 터전인 바다에서 한 여름날의 맛있는 추억을 만든 부부.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그들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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