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구비요건 맞으면 시설건립 허가 손쉬워
마을주민 건강문제 악취문제로 갈등 비일비재
악취 민원 2017년 830건, 지난해 1081건에 달해
매년 축사와 양돈농가, 비료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오염으로 전북도내 곳곳에서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여름철 악취는 고통을 넘어 재난수준에 달한다. 민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규모 축사가 입지해 숨도 제대로 못 쉬는 마을도 있다. 주민들은 집단민원을 제기하고 있지만 한번 지어진 공장과 축사를 이동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악취문제는 도민과 지자체간 불신과 갈등의 골을 만들고 있다. 도내 지자체들은 ‘악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악취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악취 체감도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북일보는 두 차례에 걸쳐 전북지역 악취실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최근 전북도를 비롯한 도내 일선 자치단체가 악취저감 종합대책을 추진중이지만 악취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매년 반복되는 악취문제는 탈전북을 부추키는 요인으로도 자리잡고 있다.
전북에는 유독 축산업과 비료공장은 물론 분뇨처리시설·재활용 공장 등 악취를 유발하는 시설의 밀도가 높다. 그러나 행정차원에서 이러한 시설의 증축과 신설을 막을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해 일선 자치단체의 악취저감 대책과 예산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15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악취집중발생 시설은 1만 541개소에 달한다. 한번 들어선 시설은 이전이나 폐쇄가 어려운 반면 법적 구비요건만 맞으면 시설 건립이 손쉽다는 게 환경담당 공무원들의 이야기다. 전북지역의 악취 민원은 2017년에는 830건이었지만 지난해 1081건으로 크게 증가한 점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악취발생을 줄이려면 시설을 밀폐해야 하지만 비료공장과 분뇨처리시설, 축산업 현장은 개방돼 있다. 자치단체가 수시점검에 나선다고 하지만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도내 축산냄새 중점관리지역은 23곳에 달하는 데 이들 지역 모두 축산시설과 분뇨처리시설, 비료공장이 밀집해 있어 인근마을은 매일 악취에 고통받고 있다. 마을주민 간에도 악취로 인한 건강문제 등으로 갈등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익산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이 악취가 나던 비료공장이라는 정황이 밝혀지며 환경시설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고령자가 많은 농촌지역의 경우 주민 대다수가 메스꺼움과 두통을 호소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악취를 유발하는 화합물은 전북 미세먼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 3월 전북도가 발표한 연구용역 결과에서는 도내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의 37.3%가 농축산업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대기 중의 암모니아 등이 다른 유기화합물질과 결합해 2차 미세먼지가 된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었다. 전북보건환경연구원 분석 결과 전북지역 악취를 유발하는 주 원인은 황화수소와 암모니아가 압도적이다. 그만큼 타 지역에 비해 동물성 분뇨와 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전북도 관계자는 “현재는 업체에서 축산시설이나 분뇨처리시설, 재활용시설, 비료공장의 허가를 원할 경우 법적요건만 갖추만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없다”며 “만약 공무원이 악취나 환경문제를 우려해 허가를 미루거나 불허할 경우 행정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