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느 날‘왜, 무엇을 위해’라는 물음을 품고 산사로 떠났다.
지난 8월말, 열 네 명이 홀연히‘설악산 백담사’를 찾았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30, 40대 직장인 열네 명이 여름휴가를 포기하고 산사로 간 까닭은?
10월의 끝자락, 그들은 다시 서울의 도심 속 산사‘금선사’로 향했다.
불가에서 마음을 찾아가는 길을 표현한 <심우도> 처럼 고삐가 강하면 끊어지고 느슨하면 풀리는 것,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심우도>
그들은 더 늦기 전에 인생의 꼬인 매듭을 풀고자 용기를 낸 것이다.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세상의 여느 평범한 사람들처럼 이들도 주어진 삶에 충실 하느라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무엇을 할 수 있는 지, 무엇을 하고 싶은 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와 돌아보니 남은 건 빈 껍데기뿐이다. 정작 나는 어디에도 없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되돌아보기 위해 산사를 찾은 것이다.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 묻고 또 묻기 위한 자리다.
"직장에서 20년 넘었거든요. 가장 힘든 게 사람이더라고요"
- 허영주/요리강사
"결혼 생활 20년, 행복이 나에게 사라졌나 아니면 다시 돌아올 수 없나"
- 김성만/회사원
"아무리 열정이 많은 사람도 휴식 없이는 그 열정이 오래가진 안잖아요"
- 구자정/회사원
비우고 멈추고 내려놓아라!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인류가 시작되면서부터 철학과 종교에서 수없이 되풀이됐다. 그러나 내가 나에게 묻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다.
해답을 구할 수 있는 이 또한 오직 ‘나’뿐이다.
열 네 명의 직장인들은 -자비 명상, 숲 명상, 소리 명상, 돌탑 쌓기, 당신은 누구십니까?, 님의 침묵-을 통해 나를 되돌아봤다. 지난 것에 대한 미련과 오지 않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 오늘이 없는 삶이었다. 그리하여 나를 정면으로 마주할 용기를 냈다.
오늘에서야, 세상살이가 녹록치 않았던 까닭이 내 욕심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전 연령층 가운데 업무와 대인관계, 고용 불안 등 각종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은 30, 40대 직장인들이 템플스테이를 통해 마음 회복력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 백담사 가을 금선사에서 마음의 근육을 만들다
우리는 고요하게 사는 법을 잊어버렸다. 늘 바깥세상을 바라보던 시선을 잠시 돌려, 마음을 들여다본다. 번뇌로 가득 찬 그 마음엔 달이 드러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힘들고 지친 일상을 위한 템플스테이는 마음의 근육이 만드는 일이다. 백담사의 푸른 계곡을 누비고, 단풍으로 물든 북한산을 오르며 자연과 더불어 하나가 된 열 네 명의 참가자들은 스스로 본래 마음자리를 깨달았다. 비우고 또 비우니, 저 마다의 인생에 덧칠해진 마음의 때를 벗는 중이다. 모든 것이 내 안에서 일어나듯 희망 또한‘지금’‘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템플스테이는 다름 아닌 세상을 보는 안목을 바꾸는 일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로 내가 변하니 세상이 달라 보이는 것이다. 비로소 내 마음의 쉼표를 찾은 이들은 작은 것에서부터 나를 위한 삶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오로지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은총의 시간이죠"
- 김 미/의사
"세상이 변한 것도 아니고 사실 그 짧은 사이에 제가 변한 것도 아닌데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 김지은/회사원
"살아가는데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 허영주/요리강사
그리고 열 네 명의 직장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도시는 여전히 되돌아 볼 여유도 없이 질주하고 오늘도 무언가에 쫓기듯 바쁘다.
이들에게도 같은 일상이지만 변한 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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