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더기 없는 국과 반찬. 냉장고 속 썩은 식자재... 어린이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청주의 한 어린이집 학부모로부터 들어온 충격적인 제보. 4개월이 넘도록 냉동실에 방치된 떡을 간식으로 주고, 쌀 한 줌으로 흰죽을 만들어 스무 명의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상상하기 힘든 부실 급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교사들의 내부 고발 자료 속에는 썩은 식자재, 세 숟가락 분량의 죽, 건더기 없는 멀건 국 등 충격적인 급식 실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부실한 급식을 강요한 사람은 다름 아닌 원장 김희연 씨. 제보자들은 김 씨가 식자재 양을 정해놓고 적은 양만 만들 것을 교사들에게 강요했고 부모들에게는 정량이 담긴 식판 사진을 보냈으며, 심지어 남은 식자재를 집으로 빼돌리기까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사태로 국민적 공분이 일었고 부모들은 아동학대 혐의로 김 씨를 고발했다.
최근 인증 평가에서 무려 9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은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들은 원장이 평가 기간에만 식자재 관리를 하는 등 인증평가제의 허점을 이용해왔고 부실 급식 문제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심지어 제보에 나선 교사들의 정보를 뿌려 블랙리스트까지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어렵게 취재에 응한 원장 김 씨는 오히려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 모든 것은 교사들의 음모이고 자신은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것인데... 어린이집 급식을 둘러싼 공방. 진실은 무엇일까?
배고픈 아이들, 아이들의 식판을 둘러싼 논란은 왜 끊이지 않나?
지난해 전국의 학부모들을 분노하게 했던 사립유치원 비리 사건 이후 유아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어린이집 부실급식 사건은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 시민단체에서 어린이집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28명 중 무려 70% 이상이 부실 급식을 경험했거나 급식 비리의 정황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부실 급식의 내용도 천태만상. 닭 한 마리로 스무 명 분의 음식을 만들거나 아이들 급·간식비로 제사 용품이나 술을 사는 경우 등 부실 급식의 내용도 다양하다. 일각에서는 터무니없이 낮은 정부 급·간식비로는 제대로 된 급식을 제공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투명한 회계 관리만 된다면 현재의 금액으로도 충분히 양질의 급식을 제공할 수 있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8년 대형 사립유치원 비리로 몸살을 앓았던 경기도 동탄 지역에서는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유치원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투명한 회계처리와 교비 유용만 없다면, 현재 사립유치원 원비의 절반 수준인 월 25만 원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과 질 좋은 교육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제보자들에서는 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부실 급식 실태를 파악하고, 진정 아이가 행복하고 안전할 수 있는 유아 보육 방향에 대해 고민해본다. / 스토리 헌터: 이승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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