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안전 사각지대, 지키지 못한 아이들
2019년 5월 15일, 태호는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함께 축구클럽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태호가 탄 축구클럽 차량이 신호위반과 과속을 하며 충돌사고가 난 것이다. 심지어 아이를 보호해줄 거라고 믿었던 축구클럽의 차량은 법적으로 어린이 보호 차량이 아닌, 그저 노란색으로만 칠해진 무늬만 어린이 보호 차량이었다. 내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슬픔조차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태호의 엄마, 아빠는(이소현, 김장회 씨)는 이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태호네와 비슷한 사고로 아이를 잃은 가족이 있다. 올해 9월, 민식이는 스쿨존에서 동생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분명 어린이 보호구역이었지만, 그곳엔 신호등, 과속카메라, 펜스 등
어린이를 보호할 만한 어떠한 안전장치도 설치되어있지 않았다. 민식이의 엄마, 아빠(박초희, 김태양 씨)는 민식이의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위험한 스쿨존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저희는 어마어마한 활동을 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내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뿐입니다“
2016년 사고로 해인이를 잃고 해인이법을 발의한 해인이 부모님(고은미, 이은철 씨)과
2017년 10월, 해인이와 같은 사고로 하준이를 잃고, 하준이법을 발의한 고유미 씨도 함께 나섰다.
법안만 발의하면 모든 게 일사천리로 끝날 줄 알았던 예상과 달리, 평범한 개인이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는 일은 힘겨운 일이었다. 내 아이의 이름을 딴 법안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잊혀져갔고,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았다.
각기 다른 사고지만, 같은 이유로 모인 부모님들. 그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하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다시는 너와 같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아이가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내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큐 시선> 에서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부모였던 한 개인이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투사가 된 이야기와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을 둘러싼 국회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한다. 다큐>
“하준아, 민식아. 우리 조금 더 기다렸다가 가자”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던 날.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이 통과되었다. 아직 국회에는 통과되지 못한 어린이 생명안전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20대 국회의 임기가 종료된다면 해당 법안들은 자동 폐기 절차를 밟게 된다. 해인이네, 하준이네, 태호네, 그리고 민식이네 부모님들은 여전히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주세요‘. ’남아있는 어린이 생명안전법안들을 통과시켜주세요‘ <다큐 시선> 에서는 자신의 아이는 다시 살아올 수 없지만, 이 세상에 숨 쉬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보다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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