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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의 또 다른 주역 수어통역사, 브리핑 때 마스크 못 쓰는 사연은?

전북도 코로나 브리핑 등서 주목, 방역 현장 최일선에서 활약
제대로 된 수어 표현하려면 표정·입모양 등 섬세하게 표현해야
불가피하게 마스크 벗을 수 밖에 없어 일각에서 오해도
코로나로 더욱 바빠졌음에도 추가 인센티브 없이 봉사(주말 제외)

지난 9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방유로 수어 통역사가 원활한 의사전달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수어 통역을 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지난 9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방유로 수어 통역사가 원활한 의사전달을 위해 마스크를 벗고 수어 통역을 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방역당국의 발표 내용을 수어로 전달하며 청각장애인들의 귀가 되어주고 있는 ‘수어통역사’들이 K방역의 또 다른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전북도 등 지자체 브리핑 현장 전면에 나선 수어통역사들의 모습은 그동안 시선 밖에 있던 청각장애인(농인)들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또 하루하루 긴박한 호흡으로 진행되는 코로나19 방역에서 치열하게 자신들의 몫을 해내고 있지만, 농인에 대한 인지부족 등으로 수어통역에 대한 오해도 많다.

가장 큰 오해는 “브리핑 현장에서 수어통역사는 왜 마스크를 벗고 있을까”라는 염려다.

지난 9일과 10일 전북도청에서 진행된 코로나19 확진환자 기자브리핑에서 수어통역사들은 줄곧 마스크를 착용하다 강영석 도 보건의료과장의 설명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 마스크를 벗었다. 수어는 손으로만 말하는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 과장 옆에 선 수어통역사는 말에 따라 손 뿐이 아닌 입 모양과 표정, 눈빛까지 빠르게 변화시키며 농인들의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이런 점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아 악성댓글이나 항의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한국농아인협회 전라북도협회(회장 김상표)소속 박유로 수어통역사는 “우리가 보통 말할 때에도 억양이 있듯 수어에서는 표정이 그 역할을 하는 데 생각보다 얼굴이 농인과의 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얼굴을 찡그리거나 고개를 갸웃하는 것 때로는 눈을 크게 뜨는 것 모두 의미가 있는 언어”라며“이 모두 손동작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면 의미가 절반도 전달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통역 시에는 마스크를 벗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어통역사들이 검은색 옷을 입고 액세서리도 하지 않는 이유도 언어의 전달에 방해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지난 9일 전라북도 수어통역센터지원본부에서 김상표 한국농아인협회전북협회 협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조현욱 기자
지난 9일 전라북도 수어통역센터지원본부에서 김상표 한국농아인협회전북협회 협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조현욱 기자

박 통역사를 포함한 도내 수어통역사는 60여 명이 활동하며 이들은 도내 1만 농인의 귀와 입이 되어주고 있다.

코로나19로 더욱 바빠졌음에도 평일에는 추가의 인센티브 없이 봉사개념으로 브리핑에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환자 발생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지만 그들은 방역당국이 요청이 있는 즉시 달려가고 있다. 이 때문에 수어통역사 본인은 물론 주변인들의 자긍심도 커졌다.

바쁜 일상에도 본업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도내에는 전북농아인협회가 운영하는 전북수어통역지원센터본부(본부장 김만수)를 중심으로 각 시·군센터가 있는 데 이들은 평소 농인들의 권익향상과 언어교육, 문화생활 등 거의 모든 영역의 복지증진에 기여하고 있다.

박 통역사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농인들이 통역사들의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의 불편을 줄였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일상생활에 더욱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아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며“수어통역사가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청각장애인의 권익에 대한 관심은 제자리에 있어 ‘수어’동작만이 아닌 본질인 농인들의 권익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들에게 많은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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