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내달 6일까지 사전예약 통한 비대면 면회
임종 등 긴박한 경우만 제한적으로 대면 면회 허용
“나중에 코로나 끝나면 만날 수 있겠지. 그때 손주들 데리고 올게요.”
25일 오후 2시께 전주 나눔요양병원. 폐쇄된 현관 한 켠에 마련된 비접촉 면회실에 여든넷의 노부와 딸, 사위가 마주 앉았다. 투명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있어 서로의 온기를 나눌 수는 없었지만, 서로의 애틋한 시선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이들은 서로의 목소리를 양쪽에 마련된 전화기를 통해 들으며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그리움을 털어냈다.
딸 김윤정 씨(54)는 칸막이에 얼굴이 닿을 듯 아버지 김병춘 씨에게 바짝 다가섰다. 그리고는 식사는 잘하는지, 건강은 괜찮은지, 잠은 잘 자는지 소소한 질문을 이어나갔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일상적인 대화였지만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하고 그리운 소식이었다.
일 때문에 찾아오지 못한 자녀들의 근황까지 나누느라 이들에게 주어진 10분의 대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면회 시간이 끝나자 사위 오상록 씨(59)는 “벌써 10분이 지났냐”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딸과 사위는 병원 직원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올라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에 또 오겠다”며 인사를 건넸다. 딸은 아버지에게 줄 설날 선물을 직원에게 전달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김윤정 씨는 “아버지와 함께 밥도 먹고, 손도 잡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면서 “그래도 아버지가 건강한 모습을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코로나19가 얼른 끝나서 아버지와 함께 명절을 보낼 수 있으면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 상황을 매일 같이 지켜보는 병원 직원들도 안타까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나눔요양병원 이희정 원장은 “코로나19 탓에 비대면으로밖에 면회를 진행할 수 없어 우리들도 안타까울 따름”이라면서 “면회 예약을 하더라도 요양병원 특성상 고령환자가 많아 면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때도 있는데 그때는 우리도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짧은 시간이지만 면회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정성껏 모시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안정돼 직접 면회를 할 수 있길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요양시설은 임종 등 긴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달 6일까지 사전예약을 통한 비대면 면회만 허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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