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농, 김제·고창·정읍·익산·전주 등 논 갈아엎기 투쟁
"쌀값 하락 대책은 시장격리 의무화 담은 법 개정 뿐"
쌀값이 45년 전 가격으로 폭락한 가운데 뿔난 농민들의 양곡관리법 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을 놓고 “재정부담이 된다”며 반대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농민들의 저항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3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에 따르면 전농 전북도연맹은 지난 8월 20일 김제시 봉남면 용신리에서 논 4000여㎡(3600평, 6마지기)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것을 시작으로 고창과 정읍, 익산, 전주, 무주, 진안, 장수까지 논 갈아엎기 투쟁을 진행 중이다.
쌀값이 폭락한데 따른 정부를 향한 저항으로 농민들은 정부의 시장격리 의무화를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전농 전북도연맹은 성명서를 내고 “지난해 수확기 10월 이후부터 쌀값이 올 9월까지 1년 사이 약 25% 떨어졌다”며 “정부 통계가 시작된 1977년 이후 최대 폭락이었는데 이 기간 생산비는 최소 30% 이상 상승했다. 비료, 면세유, 인건비 등 폭등하는 가격 수치와 폭락한 쌀값은 반비례 곡선을 그리면서 농민들의 생존권을 직접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지난달 25일 쌀값 하락 대책을 발표하면서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시장격리 45만 톤, 공공수매 45만 톤을 제시했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쌀값 폭락을 잠시 멈추게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적정가격으로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대책이 절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부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모든 농업 단체, 농촌 현장의 모든 농민과 함께 투쟁의 깃발을 본격적으로 올릴 것이다”고 경고했다.
양곡관리법상 시장격리는 시장에 풀리는 쌀 공급량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쌀이 과잉 공급돼 가격이 떨어지면 정부가 시장에서 쌀을 사들여 창고에 보관하고, 공급이 적어 쌀 값이 오르면 시장에 공급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쌀값 상승에 따른 시장 공급은 의무인 반면, 쌀값 폭락 시 시장격리 매입 여부는 오로지 정부 당국자의 판단에 의해 좌우된다.
현행 양곡관리법의 자동시장격리는 의무조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곡관리법은 초과 생산량이 생산량 또는 예상 생산량의 3% 이상이거나 단경기 또는 수확기 가격이 평년보다 5% 이상 하락하면 초과 생산량만큼 시장격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의무가 아닌 임의규정이다.
농민들은 이러한 자동시장격리를 의무화하도록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쌀값 안정화를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양곡관리법 개정은) 쌀 공급 과잉을 심화시키고, 재정 부담을 가중시켜 미래 농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특히 쌀 매입이 의무화되면 매년 1조 원의 재정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회 안건조정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안건조정위에선 최대 90일까지 법안 심사를 하도록 하고 있어서 양곡관리법 개정 여부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폭락 중인 쌀값 안정 대책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45만 톤의 쌀을 올해 안으로 시장 격리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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