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졸업식에 긴 겨울방학
이전에 없던 새로운 풍경들
학교 졸업식이 앞당겨지면서 행사뿐 아니라 학교를 둘러싼 사회 곳곳에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4일 전주시내 한 초등학교 시청각실에 모인 6학년 졸업생들은 후배들이 준비한 영상과 바이올린 연주, 춤 공연을 보며 웃음꽃을 피웠다. 근엄한 교장 선생님과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던 졸업식과는 사뭇 달랐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졸업식장에 함께 들어가지 못한 부모님들은 밖에서 꽃을 들고 추운지도 모른 채 자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졸업식 행사뿐 아니라 졸업 일정도 마찬가지다. ‘2월은 졸업식의 달’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도내 초·중·고등학교의 2월 졸업식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2월에 졸업식을 진행하는 학교 수는 △초등학교 422개 중 154개(36.5%) △중학교 213개 중 105개(49.3%) △고등학교 149개 중 85개(57%) 정도다. 절반이 넘는 학교가 12월과 1월에 앞당겨 졸업식을 치르고 있다.
이른 졸업식은 2015 개정 교육과정 이후 각 학교에서 학사 운영에 대한 자율권이 높아지면서 시작됐다. 졸업식을 앞당긴 후, 봄방학을 없애고 겨울방학을 길게 갖는 취지다. 이 기간 동안 새 학기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어 교사들은 효율적인 학사운영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전주의 한 고교 교사 김모 씨(30)는 “기존에는 봄방학 전 짧은 수업 일정도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고, 졸업식 준비뿐만 아니라 시설보수, 새 학기 준비를 모두 했었다”며 “교사로선 좋은 일정”이라고 말했다.
그에 반해 겨울방학이 길어지면서 학생 관리 공백이 길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 씨(50·중화산동)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 돌봐야 하는 처지에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주혁 군(12)은 “평소에 친척 집을 잘 못 가는데 방학이 길어지면서 놀러 갈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반겼고, 송아현 양(19·여)은 “봄방학 때문에 중간에 학교에 나가게 되면 장기적으로 공부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중간에 흐름이 망가지게 된다”고 답했다.
이른 졸업식이 불러온 변화는 학교 밖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꽃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41)는 “예전에는 졸업식이 몰려있던 2월에 꽃 가격이 올라 힘들었다면, 이제는 12월부터 가격이 높아져 매출이 감소하는 등 어려움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제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이모 씨(46)는 “겨울방학이 길어지면서 방학 기간 원생이 줄어 힘들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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