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소재지 논리적 상관관계 성립 안돼
인력문제 서울 있을 당시부터 지속적 제기
전주를 서울 다음가는 제2금융도시로 만들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 논의’라는 비수로 돌아왔다.
윤 대통령이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 검토를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적지 않은 파문이 일었지만, 대통령실은 명확한 해명 대신 그 공을 사실상 국회에 넘겼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6일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특단의 대책 마련하라”면서 국민연금 소재지 문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실은 “기금운용본부 소재지는 법적으로 전주”라며 “대통령실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에서 법을 어떻게 바꾸느냐, 거기에 해당하는 문제 같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국회로 이 문제가 넘어가 국민의힘이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내놓는다면 또 다른 정쟁만 부를 뿐이다. 전북정치권 입장에서는 전북발전을 저해하는 법안을 발의한 지역구나 비례대표 의원의 숙원 사업을 막아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은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 당위성을 강조하는 대전제 자체가 논리 정합성에 맞지 않은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실제 인력과 수익률 문제는 기금운용본부가 서울에 위치하던 당시부터 거론돼 왔던 개선점들이다.
△기금운용본부 인력난이 전주 탓? NO!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서울로 돌려놓거나 최소한 서울 분소를 설치해야 한다는 논리의 중심에는 기금운용본부에서 일하는 자산운용전문가들의 이탈이 꼽힌다.
보건복지부는 자료를 통해 “지난 6년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떠난 운용 인력은 164명에 달한다.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2017년 이후 매년 평균 27.3명이 떠났다”고 강조했다. 정원 365명을 채운 적이 거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는 서울 여의도 자산운용업계의 절반 수준이라는 게 국민연금공단의 공식 입장이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현재 기금운용본부의 이직률은 8% 수준으로 업계 평균인 17%보다 훨씬 낮다"고 강조했다.
기금운용본부는 2017년 2월 박근혜 정부 당시 이전했는데 서울에 소재할 때는 인력난이 없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정은 더 심각했다.
기금운용본부 인력난은 1999년부터 줄곧 제기돼 온 문제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와 증가 속도에 비해 투자전문인력은 항상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다. 그런데 업계 관계자와 일부 언론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유리한 방향으로 왜곡해 전주가 인력난의 원흉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2008년 9월 <서울신문>은 ‘국민연금 속타는 사정 2제’라는 보도를 통해 운용 “자산이 230조원에 달하는 ‘거대 공룡’인 기금운용본부의 인력 이탈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당시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과 친박연대 정하균 의원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7월 말 기준 기금운용팀 정원은 93명이지만 69명(74.2%)만 근무했다. 전년도 10명, 올해 8명의 자산운용 전문가가 이미 공단을 떠났다고도 했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된 이후 전체 이직자 수는 54명으로 전체 입사자(123명)의 44%에 달했다고도 했다. 현재 기준 8%의 5.5배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주요 언론들 역시 “공단 기금운용팀이 경력 관리를 위해 잠시 거쳐 가는 곳이란 인식이 팽배하다”고 비판했다.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소재지는 물론 '서울'이다.
이러한 문제는 서울에 소재하던 내내 기금운용본부를 괴롭혀왔다. <연합인포맥스>는 2009년 10월 보도에서 당시 전현희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의원(민주당)에 따르면 국민연금 국정감사에서 "지난 5년간 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퇴직한 직원이 전체 정원 95명 중 50명에 이르며 더욱이 이 중 72%가 퇴직 후 민간금융회사로 이직했다"고 지적한 사실을 알렸다.
한국금융연구원에서 발간하는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 전망 자료로 추산해보면 2018년부터 2020년의 3년간 일반 자산운용 / 신탁업권의 이직률의 평균은 23.2%로, 같은 기간 국민연금 기금운용역의 퇴직률 평균 12% 보다 훨씬 높았다. 오히려 자산운용사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데 자산운용인력이 부족해 업계 전체적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기금운용역이 민간회사로 이직하는 것은 더 높은 연봉을 제안하는 회사가 나타난 것이 1순위다.
△수익률 악화가 지방이전 탓? ‘논리적 근거 0%’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손실이 지방이전 탓이라는 주장도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 전제가 성립하면 서울에 소재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과 다른 추이의 실적을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전문가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는 세계 주요 연기금의 실적 추이도 국민연금과는 달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수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해외 주요 연기금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은 –8.22%였다. 전문가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노르웨이는 –14.1%, 네덜란드는-17.6%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일본과 캐나다도 각각 –4.8%, –5.0%로 고전했다.
서울에 있는 기관들의 지난해 수익률도 마찬가지였다. 사학연금은 –7.7%, 한국투자공사는 -14.36% 까지 추락했다. 사학연금의 경우 본사는 나주에 있지만, 자금운용관리단은 여전히 서울에 남아있다. 소재지와 국내 기관 투자자들의 수익률간 상관관계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 셈이다.
소재지가 수익률 악화의 원인이라면 2019년은 역대 최고 수익률인 11.31%, 그리고 2020년 9.7%, 2021년 10.77%로 3년 연속 10% 안팎 수익률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전주에서 기금운용본부가 이룬 실적은 이전 직전 3년 동안의 수익률 평균인 4.9%보다 두 배가량 높다. 즉 기금 수익률과 기금운용 소재지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논리가 통계상으로도 이치에 맞는 주장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기금본부 서울 이전 주장 전임자들 주장 합당한가
국민연금 제도개편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연금공단 전임 이사장 등이 빈번히 언론에 등장해 기금운용본부 서울사무소 설립 논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러나 현직시절 그들 역시 세계 시장 정세에 따라 급락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그 주장이 적철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광우 전 이사장은 과거 언론으로부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핵심 운용역들이 줄줄이 이탈하는 데 대한 비판도 받았다. 한 언론은 핵심운용역의 도미노 이탈은 조직의 수장인 전 이사장이 기금운용본부의 인사권을 가진 CEO로서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로 예고된 재앙으로 볼 수 있다고까지 보도했다.
그가 이사장을 지내던 2011년에는 국내 주식투자에 실패함에 따라 2.31%라는 수익률을 보이며 급속히 수익률이 악화됐다. 당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서 -10.3%(손실액 6조2488억원), 해외 주식에서 -9.9%(손실액 1조4296억 원)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전임 국민연금 수장으로서 그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다만 우리나라 대표적인 투자전문가로서 그 성과를 인정받는 인물들도 과거엔 비슷한 비판에 시달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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