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세대 이상 거주 공동주택에 관리동 어린이집 설치 의무
전주시내 관리동 어린이집 원아 못구해 5년간 19곳 문닫아
신도심은 수요 넘치는데 구도심은 활용 방안 없어 골머리
전북지역에서 어린이집들이 사라지고 있다.
저출산 현상 속 보육아동 수가 적거나 아예 없어 폐원하거나 운영을 중단하는 어린이집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인데, 법에 따라 의무화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어린이집은 시설만 남아있고 아동은 없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
24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어린이집 수는 2019년 1288곳, 2020년 1195곳, 2021년 1115곳, 2022년 1024곳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였고 올해도 4월말 기준 964곳이 운영되고 있는 등 5년새 324곳이 문을 닫았다.
전주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주지역 어린이집은 총 397곳으로, 아파트단지내 관리동 어린이집은 93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 중 최근 5년간 19곳이 아동인구 감소에 따라 운영을 못한 채 문이 잠겼고 시설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시설만 남아 있는 이유로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500세대 이상 규모의 공동주택에는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국공립 어린이집이 우선설치 대상이기 때문이다.
영유아를 양육하는 젊은 층이 신도심으로 몰리면서 연식이 오래된 구도심 아파트에는 중장년·노년층이 주로 남아 거주하고 있는데 구도심의 노후화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관리동 어린이집에서는 아동수를 채우기 힘들고, 신도심에는 대기 아동이 발생하는 등 양극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전주지역 한 어린이집 원장은 "노년층이 많은 아파트의 경우 어린이집 수요층이 거의 없는 데도 정부정책인 세대 기준에 맞춰 어린이집이 의무적으로 설치되고, 젊은 층이 많이 사는 아파트에서는 오히려 대기자가 넘치고 있다"며 "관리동 어린이집은 내가 그 아파트에 사니까 가까워서 보낸다는 이점이 가장 큰데, 젊은 사람들이 떠나면서 어르신들만 남은 관리동 어린이집에서는 운영이 어려워지고 버티다 못해 폐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어린이집 운영이 어려운 이유는 재정문제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준 재원 원아수를 충족해야 원장·보육교사 인건비가 지원되는데, 여력이 안되다보니 원장 월급을 포기하더라도 운영이 어려워 결국 폐원 수순을 밟게 된다는 설명이다. 어린이집 운영을 위한 필수인력보다 원아수가 적은 경우도 심심찮게 생긴다.
도 관계자는 "아파트내 관리동 어린이집의 경우 현재 500세대 이상 아파트내 국공립 중심으로 확충되고 있다"며 "신도심 대규모 신축 아파트가 늘면서 그에 따라 단지내 어린이집도 의무설치 사항으로서 계속 지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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