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처 파견 인력 전문성 없는 한계, 수장도 불분명
정치적, 도의적 책임 비해 도와 김윤덕 의원 권한 제한
가장 많은 직원 파견에도 운영 권한 확보 못한 지자체
기자회견서도 우왕좌왕, 서로 "내 업무 아니다" 회피
“잼버리 조직위요? 두 말 할 것 없습니다. 공이 있으면 나눠 먹고 책임은 떠넘기기 좋은 구조죠.”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실패는 극도로 비효율적인 집행부와 조직위 구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8일 잼버리 조직위 내부 관계자와 자원봉사자에 따르면 잼버리 조직위는 ’책임자‘가 명확하지 않은 옥상옥(屋上屋) 구조 그 자체였다.
잼버리 조직위는 도내 자치단체에서 파견된 공무원과 각 중앙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 민간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됐다. 각기 다른 곳에서 모인 한시적 조직여서 구심점이 필요했지만 각 부서의 장을 맡은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
만약 전북도와 기초단체 등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답답한 마음에 조직위를 거치지 않고 단체장 등에게 문제점을 보고하면 돌아오는 것은 따가운 질책이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잼버리를 준비하는 동안 현 정부와 전 정부는 물론이고, 민선 7기와 8기에 걸쳐 중앙부처와 전북도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정권이 바뀌고, 지선이 치러진 후에는 사실상 중앙으로 결정권이 넘어갔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가족부가 제때 의사결정을 한 것도 아니다.
5명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둔 조직위 수뇌부는 문제가 더 심각했다. 정치적·도의적 책임에 비해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김윤덕 국회의원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조직위원장이 지나치게 많았고, 각 위원장 간 분업도 이뤄지지 않았다. 잼버리 조직위를 둘러싼 위인설관(爲人設官·필요한 곳에 벼슬자리를 만든 게 아닌 특정인을 위해 직책이나 벼슬을 만드는 것) 논란이 불거진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전북에선 애당초 여가부가 아닌 행정안전부나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행사를 맡아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 그러나 청소년 업무라는 이유로 부처 폐지가 예고된 여가부가 잼버리를 주관하게 됐다.
서로가 권한은 제한적이고 책임 소재는 커지는 상황에서 잼버리 위기 대처를 위한 조언이 먹히지 않았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공동위원장이라곤 하지만 공동위원장의 지시가 제때 먹히지 않았고, 공동위원장 간 신뢰 관계는 붕괴된지 오래였다.
이 같은 문제는 행사 도중에도 나타났다. 김관영 지사는 잼버리 참가자들의 민원을 직접 수렴하고, 집행위원장 자격으로 빠른 조처를 요구했지만 이미 전권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넘어간 뒤였다.
공동위원장인 김윤덕 의원의 요청이나 호소도 무시되기 일쑤였다. 잼버리 공동위원장 회의록에선 김 의원이 지난 2021년 초를 기점으로 이런 사태를 경고하며 기획재정부에 예산을 요구하고 여가부의 효율적 집행을 촉구해 온 점이 드러나 있었다. 김 의원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스카우트연맹 전북연맹장을 맡아 새만금 잼버리 유치 활동을 벌인 장본인으로 조직위원장에 선임됐다.
김 의원은 “총사업비를 기재부가 2020년 11월 승인한 이후 환율 변동, 물가 상승 등의 여건 변화 및 총사업비 미반영 사업이 추가로 발생했다. 이 상태로라면 성공적인 행사 개최가 어렵다”고 주장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특히 잼버리 개최지인 새만금의 장소 여건상 폭염·폭우 및 비산먼지 대책, 해충 방역·감염병 예방 등 청소년들의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한 예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주최 측과 고성도 오갔다.
그는 지난해 국회 예결소위 위원인 한병도 의원과 공조해 기재부를 설득했지만 돌아온 것은 계속되는 거절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12월 한병도 의원 보좌진과 김윤덕 의원 보좌진 간 문자메시지에 고스란히 담겼다.
김윤덕 의원실 관계자는 “조직위원장 회의 때마다 급작스러운 기후 변화로 인한 8월 중순까지의 폭염을 예상,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가장 강조해왔다”면서 “지역구 예산을 포기하면서 잼버리 예산을 확보하고, 제대로 된 집행을 요청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병폐는 잼버리 기자회견장에서도 표출됐다. 언론 대응은 잼버리를 관장한 여가부가 중심이 됐는데 이들은 불리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은)전북도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거나 관계부처가 따로 있어서 답변이 어렵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이에 일부 기자들은 “브리핑에 앞서 제발 각각 주최 측간 입장을 제대로 정리하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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