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은 상업형 아닌 주거형 관광지…주민 보호 초점 맞춰야
자극적인 상업시설만 가득한 구조, 다양한 문화 시설 공생 방안 노력
싸구려 관광보단 지속가능한 관광 토대 필요…부가가치 높은 산업 유치
변곡점이 눈앞으로 다가온 전주한옥마을의 방향성을 두고 전주시가 개발 단계에서의 초심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광객의 성장에만 매몰된 나머지 주거 지역으로서 한옥마을이 가지고 있던 역사문화적 의미가 너무 쉽게 퇴색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전주한옥마을은 1930년대 일제시대부터 엄연히 사람이 살던 정주 공간이었다. 이곳이 1000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로 명성을 떨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근대로부터 현대로 이어지는 수십 년간 주민이 살아왔던 마을로 특색 있는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 있던 부분에서 나왔다.
지난 2002년 전주시의 전주한옥마을 초기 개발은 '마을형 관광지'로서의 관광 자원화였지 현재와 같이 철저한 '상업형 관광지'가 아니었다. 당시 김완주 시장은 거주 한옥이 얼마 되지 않는 이곳에 250억 원의 예산을 투입, 노후화된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 한옥을 늘리는 정비사업을 진행했다. 상업화보단 사람이 정주하는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뒀다.
진명숙 전북대학교 고고인류문화학과 교수는 "자본이 너무 빨리 유입되면서 개발 초기와 달리 시의 정책 방향이 주거지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 단순 상업지구로 바꾸려는 모양새가 됐다"고 했다.
이어 "이야기가 없는 관광지는 일회성에 불과할 뿐이다. 지역이 걸어온 길과 함께한 주민을 보호하고 이들 공동체가 주인공이 되어 관광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문화 시설에 대한 지원 및 활성화가 지지부진해 콘텐츠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발 디딜 틈 없이 인파로 북적이는 상권 거리에 비해 한옥마을에 위치한 고 최승범 시인의 고서가 담긴 고하문학관 등은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시 도서관에서 일괄 관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홍보 활동이나 체험 행사가 거의 없다.
양병호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자극적인 상업적 요소만 가득한 전주한옥마을에서 외면받고 있는 각종 문화시설에 대한 적극적인 활성화 노력이 절실하다"며 상업화에 편향된 시의 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물론 정체성만을 앞세우고 상업화를 전부 배제하는 것도 올바른 해법이라 할 수 없다. 전주한옥마을의 한복 대여점이나 길거리 음식 점포 등 상업시설을 즐기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도 많다. 그러나 전주한옥마을은 전주 대표 관광지라는 명성에 비해 지역을 상징할 특색 있는 기념품 사업이 없고 게스트하우스 등 소규모 숙박업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국이다. 1000만 명이 찾는 관광지에 기본적인 쇼핑시설이나 대형 숙박업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경우는 전국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전주한옥마을과 비슷한 성격으로 조성된 경주 황리단길 한옥촌은 경주시를 상징하는 '첨성대'나 '석굴암' 등 지역 이미지가 새겨진 기념품이 입소문을 타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증샷 열풍이 돌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서울 북촌과 공주한옥마을 역시 지자체가 앞장서 기념품 사업과 숙박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에 반해 전주한옥마을은 주요 상권인 태조로 일대에 지역과 연관 없는 중국산 저가 기념품을 파는 상가만 즐비하다. 특히 대형 호텔도 1곳에 불과한데 이곳마저 골목길에 위치해 극심한 주차 대란을 야기하는 실정이다.
지역에 돌아가는 경제 수혜가 적은 저가 관광에만 치중된 전주한옥마을의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지난 2014년 전주한옥마을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바 있는 류인평 전주대학교 관광학과 교수는 "단순하게 관광객의 숫자 늘리기에만 집착한 관광 개발보단 장기적 관점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복합 전시사업(MICE)을 유치하거나 밤에도 머물다 갈 수 있는 체류형 관광도시의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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