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발생
해당 차량 충전 뒤, 일반 구역으로 이동 후 2시간 뒤 불
출동한 소방장비 대부분 사용 불가, 시야 확보 어렵지만 장비 사용 불가
열폭화 진행될 시 대형 참사, 현재 현장 감식 진행 중
"전기차 충전시설 지상화 필요", "초기 전기차 문제 커"
군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차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이 화재가 자칫 대형 재산∙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이 나면 쉽게 꺼지지 않는 전기차 화재였던 데다 화재 발생 장소가 소방 장비의 진입이 힘든 지하 2층이었던 점 등 때문인데, 전북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전기차 화재에 대비한 충전설비 지상 설치 규정 등 각종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화재 발생
군산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7시 25분께 군산시 조촌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쉐보레 볼트 EUV 차량에서 불이 났다.
차량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한 아파트 관계자가 초기 진화를 시도했지만 연기가 확산되자 대피했고, 이후 신고 후 5분여 만에 도착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에 나섰다.
당시 차주 A씨(51)는 화재 발생 약 2시간 전 지하주차장 내 완속충전기에서 차량 충전을 완료한 뒤 일반 주차구역으로 이동해 주차하고 떠났다. 경찰과 소방이 CCTV를 확인한 결과 차량의 하체 부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해당 전기차의 배터리는 차량의 하체 부분에 설치돼 있다. 해당 차량은 튜닝 등 차량 개조는 하지 않은 차량이었다.
△ 전기차 열폭화 현상 없었던 게 '천만다행'
9일 오전 10시 해당 아파트 지하 2층 주차장은 전날 밤 발생한 화재의 여파가 생생했다. 바닥에는 진화를 위해 뿌려진 물이 흥건했고 주차장 내부는 유독가스 냄새가 가득했다. 화재 현장 인근에 주차돼 있던 10여대의 차량은 모두 검게 그을려 있었다.
화재 현장을 정리하던 청소업체 관계자는 “주차장 정리까지 일주일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청소 기간에는 주차장 사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당 아파트의 주차장은 지하 1층과 2층으로 구성됐는데 주차장의 절반 정도를 사용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진화 과정에서 소방당국의 진화 장비는 대부분 사용되지 못했다. 주차장 입구의 높이가 약 2.3m로 낮아 장비를 실은 소방당국 진화차량이 화재현장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기 방출을 위한 배연차가 출동했지만, 사용하지 못한 채 선풍기와 비슷한 이동식 배연기를 사용하며 진화작업에 나섰다. 당시 현장은 연기가 가득 차 진화대원들의 시야 확보가 어려웠다. 또한 펌프차 등에 설치된 소방시설 등도 사용하지 못해 주차장 내부에 설치돼 있던 소화전만을 사용해 진화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군산소방서 관계자는 “초기 직원분의 진화시도와 스프링클러 등이 작동해 다행히 대형 재난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전기차 화재 시 발생하는 ’열폭화 현상‘이 발생했다면 큰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은 초기 진화를 마무리한 뒤, 인근의 한 견인업체 주차장으로 차량을 견인해 화재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열폭화 현상이 발생하면 배터리 내부의 모든 에너지가 소멸할 때까지 연소가 계속되며, 이는 수십 시간에 이르기도 한다.
△아파트 전기차 충전시설, 대부분 화재 발생시 취약한 '지하'에 설치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북자치도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총 10만12개다. 이 중 지하에 설치된 충전시설은 총 3649곳인데, 93%인 3425곳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다.
도내에서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국적으로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22건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9년 1건, 2020년 2건, 2021년 9건, 2022년 2건, 2023년 8건으로 전기차 보급 증가로 화재 건수도 늘고 있다.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전기차 충전소의 지상 지하 설치 위치 규정은 없지만, 원칙적으로는 지상에 설치해야 한다”며 “리튬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들은 화재의 위험이 높아 지상에 차량을 둬야 한다. 현재 리튬 배터리의 위험성이 높아지자 인산철을 사용하는 배터리를 사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데, 초기 생산 전기차들의 화재 위험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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