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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전에 한번만 더" 잃어버린 반세기...북한으로 끌려간 학생들

1978년 8월 5일 군산기계공고 1학년 재학 중이던 김영남씨 북한으로 강제 납북
가족들 수십년간 실종된 학생들 찾아 '방방곡곡'
1990년대 후반 북한 납북 사실 알려져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에 송환기원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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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후반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납치된 고교생 5명의 송환기원비 제막식이 군산시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열린 24일 납북 피해자의 형 김영환 씨(78)와 김영호 통일부장관, 줄리 터너(Julie Turner)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등 참석자들이 동판 제막을 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죽기 전에 한 번만 더 얼굴을 보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당해보지 않은 가족들은 이 심정을 전혀 모를 거에요."

지난 24일 오전 11시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만난 김영환(78)·김옥자 씨(72·여) 부부는 마음대로 만날 수 없는 동생이자 시동생인 김영남 씨(63)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김 씨 부부는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영남이가 실종됐을 당시 전국을 찾아다녔다"며 "이제 다른 건 바라지 않고 한 번 더 상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음 한구석에 항상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언제 연락이 올까, 피해자들은 매일을 고통 속에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선유도 해수욕장에서는 강제로 북한에 납북된 5명의 고교생 및 납북자들의 송환과 국내 및 국제사회의 관심을 목적으로 통일부 주최 '송환 기원비' 제막식이 열렸다. 납북 고교생은 김영남 군과 전남 신안군 홍도에서 1977년 8월 12일 납북된 이민교·최승민 군, 다음해 8월 10일 역시 홍도에서 납북된 이명우·홍건표 군 등이다.

이날 행사에는 납북 고교생 가족 12명과 김영호 통일부 장관,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 강임준 군산시장, 줄리 터너(Julie Turner)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등이 참석했다.

기념사 이후 진행된 송환 기원비 공개 행사에서 가족들은 기원비를 어루만지고 '꼭 만나자'며 눈시울을 붉혔다. 

기원비는 선유도해수욕장 제방 가운데 높이 95㎝, 너비 56㎝ 크기의 입판 형태로 세워졌다. 혹 송환이 이뤄지면 바로 치울수 있도록 작게 만들었다고 한다.

김옥자 씨는 "그래도 우리 가족들은 생사여부라도 알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다른 가족들은 아직 생사여부도 알지 못하고 있다"며 "다른 고교생 납북자 가족들도 하루빨리 만남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불법적인 납치로 인해 소중한 아이들과 이별한 지 반세기가 되어간다. 북한은 사건 발생 당시 미성년으로 국제법상 아동이었던 소년들에게 납치라는 중대한 아동인권침해를 저질렀다. 북한은 이제라도 고교생 5명 전원을 가족의 품으로 송환하고 납북자 문제 해결에 전향적으로 호응해 오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1978년 8월 5일 군산기계공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영남 군은 여름방학을 맞아 방문한 선유도 해수욕장을 마지막으로 실종됐다. 그의 가족은 그를 찾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지만 찾지 못했고, 결국 실종·사망으로 신고했다. 이후 약 20년이 지나 그의 행방이 알려졌다. 바로 북한으로 끌려갔던 것이다. 

북한 남파공작원은 1977년 8월부터 1년여간 서해안을 돌며 5명의 고교생들을 납치했다. 당시 납치됐던 고교생들은 모두 실종 처리됐으나,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체포된 남파 간첩과 공작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모두 강제 납북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들 중 생사가 확인된 사람은 김영남 씨 뿐이다. 김 씨는 북한에서 일본인 납북자인 요코타 메구미씨와 결혼했다는 사실과 함께 2006년 어머니 최계월 씨 등 가족들과 한 차례 상봉했다. 이 외에는 북한에서 생사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김 씨 등 고교생 5명의 송환을 20차례 이상 요구했지만 여전히 답이 없다. 

통일부에 따르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이후 북측으로 끌려간 '전후 납북자'는 총 516명에 달한다. 통일부는 27일 4명의 학생이 실종된 전남 장흥에서도 송환 기원비 제막식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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