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횡령 혐의 지난해 입건 단체 대부분 보조금 재지급
-범죄 확정 판결 이전까지 무죄추정원칙
-보조금 횡령으로 입건된 대표 변경없어도 보조금 재지급
-형사다툼시 대법원 판결까지 2~3년 소요
-지난해 이사장 구속된 평생교육원 보조금 14억 올해도 지급
-조례 제정 등으로 보조금 횡령 막아야
공공보조금 횡령 범죄 적발 이후 횡령 기관이 계속 보조금을 지급받는 등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병폐가 계속되고 있다.
보조금 횡령 사실이 적발된 후에도 형 확정판결까지 보조금 회수나 제한을 위한 근거가 없어 횡령 기관이 계속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기 때문인데, 관련 법 개정 및 조례 제정 등 보다 강력한 제재조치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1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국고보조금 부정수급과 관련해 489건을 적발, 1620명을 입건해 24명을 구속했다. 부정수급액은 총 1372억 원에 달했다.
전북에서도 같은 기간 31건이 적발돼 121명이 입건되고 이 중 1명이 구속됐다. 총 부정수급액은 442억 1685만원에 달한다.
도내 보조금 범죄 분야별로는 △교육·보건 분야(34명, 28.1%) △사회·복지 분야(27명, 22.3%) △문화·관광 분야(24명, 19.8%) △산업기술 등 기타분야(22명, 18.2%) △환경분야(8명, 6.6%) △농림·수산 분야(6명, 5%) 등이다.
전북에선 이 중 불과 1억 7000만원만 몰수하거나 추징보전 조치됐다.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법원 판결 확정 이전까지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체 정부 예산 중 복지수요의 증가와 물가안정 등을 위해 배분되는 보조금 예산은 전체 예산의 16%(약 100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 같은 보조금 횡령 범죄가 적발돼도 정부와 각 지자체, 관련 공공기관들이 형 확정판결 이전까지 보조금을 재차 지급할 수밖에 없다는 부분이다.
형 확정판결 이전까지 보조금 지급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으로, 횡령이 적발된 단체에도 시민의 편의와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이유로 횡령과 관련됐던 보조금이 재차 지급된다. 각 단체에서 입건된 피의자가 계속 근무하고 있는 경우 또한 허다하다.
실제 지난해 전북지역에서 보조금 횡령으로 이사장 A씨(74)가 구속된 한 평생교육원에는 올해에도 약 14억 원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해당 평생교육원은 여전히 A씨가 이사장이다. 심지어 A씨는 과거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보조금을 횡령해 구속된 전력이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혜택을 받는 시민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는 모양새가 된다”며 “형사사건 결과가 확정돼야 법령에 따라 보조금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 대부분의 보조금이 행사나 교육사업 등에 지급되는데 단체장 등이 보조금 횡령 범죄를 저질러도 계속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전주지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지역에서 적발된 31건의 사건 중 대법원 판결이 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다. 검찰은 보조금 횡령 사건의 경우 혐의 부인 등으로 1심, 2심, 대법원까지 형사다툼이 벌어질 경우 최소 2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한 단체나 사립기관이 범죄를 저질러도 최대 2년 이상 해당 보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는 이야기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기소가 됐더라도 보조금을 지급하지 말라고는 할 수 없다”며 “기소하더라도 1심 재판에서만 6개월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이창엽 사무처장은 “보조금 횡령이 적발된 단체는 다음연도 사업에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는 것이 보조금 횡령을 막는데 가장 효과가 높다”며 “보조금을 사용하는 단체들의 ‘도덕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다. 실제 그 단체들이 단체의 목적에 따라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보조금은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만큼 이 같은 사항에 대해 조례 등을 제정해 선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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