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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신갤러리 기획전, '정착과 비정착에 관한 12개 팜플렛'

지역 미술의 위상을 점검하는 작업이 활발하다. 단순히 외형적인 환경을 두고 벌이는 조망이 아니라 직접 미술판을 주도해나가는 작가들과 평론가, 미술 전공자들의 시각으로 진단하는 작업들이어서 주목을 끈다.

 

전주서신갤러리가 새해 첫 기획으로 열고 있는 ‘새로운 세기, 정착과 비정착에 관한 12개의 팜플렛’은 기존의 전시 중심의 기획전이 아니라 전반적인 미술동향을 점검, 지역에서의 대안적 미술문화 프로그램의 비전을 읽어내는 특별한 형식의 기획전이다. 초대된 작가는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30-40대 작가 10명. 회화의 김학곤 이철규 조병철 차유림씨, 사진의 강용석 정주하씨, 조각의 강용면 이강원 채우승씨, 설치의 이경곤씨와 미술평론가 이영욱 손청문씨가 좌담회의 발제자로 초대됐다.

 

지난 12일 1부 전시의 개막과 함께 열린 공개토론 1부에는 50여명의 관객들이 참여해 진지한 논의를 이끌어냈다. 대부분이 전공자들. 미술평론가 이영욱씨(전주대 교수)가 주제 발표한 ‘지역문화와 대안미술’에 대한 논의도 뜨거웠다. 특히 정체성을 상실한 지역문화의 현실을 비판하고 나선 이영욱교수의 주장은 참석자들에게 오늘의 미술과 자신들이 처한 환경을 뚜렷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현대미술을 우리의 전통적인 혹은 현실적인 삶과 갈등하고 충돌했을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식민적 근대화의 문화적 매개체로서의 역할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이교수는 결국 이런 환경은 중앙미술은 서구미술의 복제로서, 지방미술은 중앙미술의 복제로서의 벽을 넘어서기 어려운 논리를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의 미술의 실상은 아직도 진정한 지역성과는 무관하게 중앙으로부터 주입된 유사 아카데미적인 공모전에 붙잡혀 있을 뿐 아니라 고루한 교육체제에 묶여 있다”고 진단한 이교수는 “대학교수들의 권력과 일종의 유지급 작가들, 혹은 관행적인 지방작가들에 의해 좌우되는 지방 화단은 날로 대중들과 멀어져 이제 자체적인 재생산의 기반마저 잃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개신을 모색하기 보다는 작은 기득권에 집착하고 있다.”고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미술시장조차 날로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미술의 존립기반을 잠식하고 있으며 능력이 출중한 몇몇 개별 작가에게 열려있을 뿐 거의 모든 작가들의 경우 지역의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는 것이 이교수의 진단.

 

그는 지방자치단체의 미술정책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저 현재를 유지시킬 뿐인 사이비-평등주의적 작가 지원 체제의 존속에 임무를 한정시키고 있어나 몇몇 일회성 행사를 치루는데 여력을 다하거나 아니면 지역의 미술의 질을 낙후한 상태로 묶어 놓은 몇몇 기관들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는 것. 그러면서도 아무러 새로운 비전도 없이 덩그마니 새로운 하드웨어를 설립할 기대만 갖고 있는 것을 비판했다.

 

서신갤러리는 1부 토론회에 이어 오는 26일 2부 전시와 함께 2부 토론회를 가질 계획. 이러한 담론과 논의를 바탕으로 대안 미술 프로그램을 개발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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