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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시민이 나서야 성공한다

해마다 스위스에서 열리는 ‘로카르노영화제’는 여느 영화제와는 다른 특징으로 세계영화인들의 주목을 모으고 있는 영화제다. 새로운 재능을 발견해내는 영화제를 위해 다른 영화제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운영해온 덕분이다.

 

로카르노 영화제에는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이 영화제의 안목을 높게 평가하고 새로운 감독들을 발견하기 위해 찾아온다. 그리고 영화감독 역시 자기 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발견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스위스의 크지 않은 도시 로카르노의 영화제가 오늘에 이르러 그 화려한 영화제와는 또다른 반열에서 인정을 받는 것은 로카르노영화제를 운영해온 조직위가 뚜렷한 목적과 자기 성격을 지켜온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그에 앞서 이 영화제가 로카르노 시민들이 주인이 되어 발전시켜온 공이 무엇보다도 크다.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정성일씨는 로카르노 영화제 중심에 있는 집행위원 마르크 뮐러씨는 고등학교시절부터 이 영화제의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이후 지금은 집행위원으로서 또 프로그래머로서 로카르노를 지켜가는 산증인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소개한다.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영화제의 역사와 힘, 그 의미를 보여주는 예인 셈이다.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시민들이 나서야 성공 한다. 시민들이 ‘우리들의 축제’로 여기지 않는다면 전주국제영화제의 개최 의미는 퇴색한다. 그야말로 전주영화제개최의 명분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성공으로 가는 길에 시민들의 참여와 애정이 놓여져야만 전주의 문화사를 다시 쓰고 그 미래를 열수 있는 통로가 비로소 열릴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에 개설한 홈페이지에는 매일 수십통의 편지가 들어오고 조직위 사무국에 걸려오는 문의전화도 뒤를 잇는다. 지난 2월초에 마감한 자원봉사자 모집에는 1천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려 새삼 전주영화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2개월여 남은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전주시민들의 이해는 아직 부족한 편. 이제 막 영화제에 대한 홍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적 탓도 있지만 전주영화제가 새로 만들어지는 축제들 중 하나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전주영화제의 개최 명분과 다른 영화제와의 차별성을 널리 알리고 그 수많은 영화제 중의 하나로서가 아닌 전주영화제 그 자체로서 지니는 의미를 인식시키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그런점에서 개최 2개월 남겨둔 전주영화제가 안고 있는 과제랄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전주영화제의 성공 여부를 영화제조직위에만 안겨놓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전문가들은 전주가 영상문화도시로 새롭게 옷을 입은 마당에 전주영화제는 전주가 영상도시로 가는 지름길의 윤활유와도 같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전주영화제 성공의 몫은 오롯이 전주와 시민들의 것이다고 조언한다.

 

전주는 전통문화도시로서의 이미지가 강하고 보수적인 문화풍토가 견고한 도시. 그러나 문화사를 되짚어볼때 새로운 문화와 사상이 그 어느지역보다 먼저 싹트고 자란 예는 얼마든지 있다. 영화문화도 다르지 않다. 굳이 50-60년대 영화환경을 들춰내지 않고도 인구로 따지자면 어느 지역과도 견줄 수 있을 만큼 그 저변이 넓다. 각 대학의 영화동아리의 활동도 활발할 뿐 아니라 영화문화에 대한 개인적 관심이나 연구도 활발하다. 문제는 영화문화운동을 대중적으로 전개해나가는 움직임이 미약하다는데에 있다. 지금 전주의 영화문화운동을 지켜가고 있는 단체라고는 시네마테끄 온고을영화터가 유일무이하다. 근래들어 영화비평이나 영화감상 등을 목적으로 몇몇 동아리들이 구성되고 활동에 나선 것은 그런점에서 반가운 일이거니와 영화제를 꾸리는 우수한 인력 성장에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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