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들어서면서 문학사의 올바른 복원을 위한 연구작업이 진척 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문학사는 반쪽 문학사의 틀로부터 크게 자유롭지 못하다. 월북작가 조명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베일에 쌓여 문학사의 그늘에 놓여있는 작가와 문학작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월북작가 이근영(1909년- ). 당대 시대상황에 대한 비판적 형상화를 미학적 본질로 하는 비판적 리얼리즘의 일정한 성취를 통해 1930년대 소설사의 의미망 형성에 기여했던 그 역시 그늘에 놓여있는 작가중의 한사람이다.
전북작가회의의 기관지 ‘작가의 눈’이 2000년 여름호에서 옥구출신 월북작가 이근영을 조명했다. 작가의 눈이 집중탐구로 주목한 이근영은 농민소설사에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 작가.
1935년 단편 ‘금송아지’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온 그는 소설집 ‘고향사람들’을 비롯, ‘고구마’ ‘탁류속을 가는 박교수’ ‘첫수확’ ‘청천강’ ‘별이 빛나는 곳’ 등 단편과 중편 장편소설을 통해 농촌사회에 대한 작가적 관심을 꾸준히 반영해낸 비판적 리얼리즘 계열의 작가다.
해방전까지 그는 주로 일제의 침탈로 황폐화되어가는 농촌사회를 배경으로 소작농민들의 착취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냈지만 도시를 배경으로 한 작품속에서도 허영심에 가득찬 신여성이나 부패한 사회에서 타협하거나 적응하지 못하고 번민하는 소시민의 내면세계 및 강직한 인물들이 겪어야 하는 심리적 갈등을 비중있게 다룸으로써 당대의 사회상을 직시하고 고발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해방 후에도 농촌사회에 대한 작가적 관심을 더욱 심화 확대한 동시에 당시 좌우 이데올로기의 와중에서 번민하는 지식인의 내적 고뇌를 통해 해방공간의 사상적 혼란의 양상과 그 파장을 치밀하고도 심도있게 다룬 작가다.”
이근영의 생애와 작품세계, 그 문학적 의미를 조명한 한려대 전흥남교수는 “그럼에도 이근영이 납월북 문인이라는 이데올로기의 허울에 의해 면밀한 작품 분석을 통한 문학적 접근이 도외시된 채 재단적인 시각에 의존하여 연구의 사각지대로 방치되어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근영이 오랫동안 베일에 쌓여있었던 것은 그가 워낙 과작(寡作)인데다가 1930년대 후반에서 해방전까지의 작품활동을 한 신진작가들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이 대체로 미흡했기 때문. 전교수는 ‘농촌사회의 황폐화와 이로 인한 농민들의 공동체적 정서의 해체 및 이산의 문제를 집요하게 다룬 이근영이야말로 이같은 주변적 사유로 홀대 받기에는 그 문학적 가치가 너무 크다’며 그에 대한 연구작업이 진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근영 연보
*1909년 옥구군 임피면 읍내리에서 출생. 중동중학교 보선전문 법과 졸업.
*1934년 동아일보사 입사.
*1935년 단편 ‘금송아지’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 시작.
*1941년 소설집 ‘고향사람들’ 출간. 동아일보 폐간 후 ‘춘추’편집에 참여.
*1946년 조선문학가동맹에 참가, 서울신문사 재직 .
*1950년 6.25를 전후하여 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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