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필봉농악, 두월리 들노래, 그리고 삼계 상여소리 등으로 대변되는 임실지역의 문화. 농경공동체 생활의 흔적을 가장 뚜렷히 간직해오고 있는 지역이 바로 임실이다.
농경지보다는 임야가 훨씬 많은 지역이지만 군민 전체의 80%가 여전히 농사일에 매달려 있다. 이런 상황이고보면 유독 농경문화의 자취를 고스란히 보존해오고 있는 임실지역의 문화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전주와 남원, 그리고 고창으로 이어지는 인근지역의 접근성 등에도 불구하고 임실은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함을 지닌 ‘섬’같은 곳이다. 이 섬마을의 문화지킴이로 나선 사람들은 당연 농민들이다.
농민회의 활동이 유난히도 드센 이 지역에서 여성농민회는 5년전부터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게 하는 어린이흙사랑학교를 매년 열고 있고, 농민회는 다른 사회단체들과 함께 올해 임실사랑운동연합이라는 새로운 사회단체를 탄생시켰다. 임실필봉농악보존회가 그 맥을 유지하며 힘껏 활동을 벌이고, 몇몇 지역 축제가 있지만 그 자체를 문화인프라로 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기만 상황. 이들 단체의 활동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실에도 늦은 감은 있지만 어김없이 조직적인 시민운동이 올해 닻을 올렸다. 임실사랑운동연합(상임의장 심상봉).
섬진강 살리기 운동때 첫모임을 가진 것이 인연돼 환경운동으로 첫 출발을 시작했지만 체계적인 조직관리와 함께 그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환경지기·군정의정지기·민생지기·교육지기 등 네개의 분과를 꾸리고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기획국장 황성수씨는 “군민들의 의견을 모아내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단체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특히 지역문화에 대한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완묵회장(44)은 “문화운동에만 초점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가능한 보존해온 지역문화와 새로운 문화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를 충분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임실사랑운동연합보다 문화운동에 대해 먼저 눈을 뜬 것은 여성농민회(회장 구회자·37).
어린이들에게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전하기 위해 연 흙사랑어린이학교는 처음 임실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열었던 캠프였다. 농사일하는 아줌마들이 만들어낸 이 프로그램은 도시지역의 사회단체들이 방학때면 내놓는 그런 프로그램과는 다른 것이다. 흙과 자연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은 입소문 퍼지면서 다른 지역의 참가어린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는 1백여명으로 참가자가 늘었고 행정기관에서도 차량제공 등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여성농민회부터는 지난해부터 품앗이 풍물공연을 시작했다. 몇해전부터 틈틈히 배워온 풍물을 마을 행사에 어김없이 찾아나서고 있다. 지역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문화운동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구회장은 “딱히 문화운동이라고 생각해본 일은 없습니다. 환경의 소중함과 우리문화에 대한 애착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꾸준히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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