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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누가 내 딸, 내 누이를 죽였는가?

군산 대명동 윤락가 화재 참사현장을 다녀왔다. 건물 안은 칠흙 같이 어두웠고 무엇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아 온 신경이 팽팽히 긴장되었다. 그녀들의 쪽방을 보는 순간 너무나 놀라웠다. 화재 진압시 강제로 뜯은 창문 안의 베니아와 쇠창살의 잔해가 역력히 드러나 았었다.

 

출입문은 밖에서 잠겨있었고, 그 여린 손으로 어떻게 이 감금 장막을 뜯어낼 수 있었겠는가? 차라리 앉아서 고요히 숨을 거두는 것이 평안했겠다 생각하니 다리가 휘청이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젊고 아름다운 시절을 어둡고 칙칙한 곳에서 24시간 감시와 감금의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던 그녀들은 영안실에서 환한 미소로 나를 맞았다. 통통하고 수줍고 발랄한 내 여동생들이 거기 누워있었다.

 

우리사회가 아니, 나 자신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다. 그 동안 필자는 매매춘 근절을 떠들고 다녔다. 몸을 파는 나의 누이들이 우리의 입바른 소리들 속에서 더욱 초라해지고, 업주들의 착취에 떳떳하게 대항도 못하고, 결국 이렇게 죽었다.

 

우리사회에서 매매춘은 불법이다. 그래서 매춘여성들은 늘 죄인으로 살고 있고, 현대판 노예로 이곳 저곳 음성적으로 팔려 다닌다. 일부는 매춘을 성폭력을 예방하는데 큰 기여를 하는 필요악으로 본다. 오늘 만난 현장근처의 금은방 아저씨는 군산지역 윤락 단지에서 하룻밤에 유통되는 돈이 수억원대라며 지역경제 운운하기도 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매매춘이 급격히 늘어나고 각종 향락산업 접대문화가 극에 달하고 있는 현실속에서 매매춘 문제에 대한 초점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매매춘에 대한 근본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가 되었다.

 

매춘자체를 근절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매춘 종사자들의 인권을 중심으로 잡을 것인

 

가? 그 방향 설정에 따라 그 해결책도 달라진다. 인권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매춘은 합법화, 양성화 되어야한다. 사업자 등록을 하고, 고용계약을 하며, 세금을 내고, 적절한 진료와 인권보호 장치를 해야하며 그 관리는 해당 관청에서 하고 불법에 대한 단속을 경찰에서 해야 한다. 물론 이 입장은 매춘을 용인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그 동안 여성운동의 맥락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늘의 현실을 생각하게 된다. 매매춘 근절! 대세이고 항상 옳은 주장이지만 그러는 동안 우리의 딸들이 감금으로, 착취로, 병으로, 약물로, 사고로 한 많은 세월을 접고 있다. 사창의 합법화가 매춘문제를 해결하리라는 기대는 없다. 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매춘 문제 중에서 한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분노로, 나에 대한 무력감으로, 연민으로, 어찌할 수 없는 슬픔으로 이단(異端)적인 생각이 머리속을 지배한다.

 

/김미경(청소년을 위한 전주내일여성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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