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늘 새해를 맞는 즈음이면 떠올리는 두 글자 희망. 하지만 희망이라는 말이 다른 어느 해보다 더욱 간절해지는 올 연말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찼던 한해가 더욱더 깊은 시름을 안겨준채 마무리되고 있다.
의약분업이라는 밥그릇싸움으로 자식을 부둥켜 안은채 병원 문턱을 전전해야 했던, 그리고 일자리에 내몰려 거리로 나서야 했던 가장들, 곤두박질친 주가에 같이 고개를 숙여야 했던 사람들, 서민들은 나몰라라하며 당리당략에 빠진 정치권…….
새천년 첫해에 걸었던 기대는 한해가 마무리되는 지금 찾아볼 수 없다. 그 기대감만큼이나 깊은 시름과 고단함만을 안겨준 올한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희망’을 말한다.
깊고 깊은 올한해의 시름을 제야의 종 서른세번의 타종소리로 하나둘 털어내고, 새해를 맞는 저마다의 가슴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아로 새겨보자.
12월31일 전주 객사와 풍남문으로 나와 서로의 지친 어깨를 다독거려주고 새해에 대한 희망을 품어보는 2000 제야축제가 마련된다.
올해 제야축제의 테마는 ‘희망찾기’. 저마다의 새해 바램을 풍선에 실어보내고, 저마다의 손에 들려진 촛불에 소원지를 사르며 새해 희망을 기원하는 시간을 마련된다.
들썩들썩한 축제보다는 조용히 뒤를 돌아보고 앞을 빌어보는 자리로 가족과 연인이 함께 차분하게 새해를 맞는 축제. 축제에 참여하는 출연진은 어린이에서부터 학생, 예술인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게 된다.
31일 밤 10시 객사와 풍남문 사이의 거리를 연합풍물패 1백50여명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풍남문에서는 국악실내악단 한음사이의 단아한 국악실내악 연주곡이 풍남문을 수놓는다.
아롱다롱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월드컵의 노래’등을 부르며 관객과 하나가 된다.
전북농아인협회 수화통역센터 자원봉사팀이 장애인들을 위해 조용한 음악에 맞춰 수화를 보여주고 우석대 생활무용학과 학생들이 재즈댄스로 암울했던 한해를 털어내는 춤사위를 선보인다.
이어 소원을 담은 풍선이 밤하늘로 날아오르고 폭죽이 하늘을 수놓는 풍남문 누각위에선 길고 은은한 서른세번의 타종소리가 온고을에 퍼진다.
가족과 연인과 손을 잡고 풍남문에서 깊은 타종소리에 맞춰 뜻깊은 새해맞이를 나눠보는 것은 우울한 새천년 첫해의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 가장 의미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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