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학인 이태백(李太白) 시에 눈에 얽힌 시구가 많은데 두구절을 소개하면 ‘달빛도 희고 눈빛도 흰즉 온천하가 다 희다’고 하였으며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다음해 여름철에 비가 많이 내리는 원리가 있으므로 풍년이 든다’고도 하였다.
과거 시험에서 일곱차례나 낙방했다가 여덟번째 합격하여 재상까지 지냈던 중국의 문호 두보(杜甫)도 눈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눈 위를 걸으면 발과 몸은 추워도 두뇌는 맑아지고 마음은 포근해진다’고 하였다. 퍽 낭만적인 말이다.
영상의 날씨에 내리면 비며, 영하의 날씨에 내리면 눈이고, 여름밤에 내리면 이슬이요, 겨울 밤에 내리면 서리다. 비(雨) 밑에 고슴도치머리게(게)를 쓰는 것이 눈설(雪)자이다. 눈이 쌓이면 가장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산짐승이라 옛날에는 고슴도치 가죽으로는 살갗을 가리는데 쓰고, 기름은 등불을 켜는데 사용할 뿐아니라 피부 종기약으로도 유명했었다. 그리고 고기는 먹었기에 고슴도치는 오소리와 함께 유명한 산짐승이었다. 고슴도치는 발이 짧기에 눈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재작년 겨울에 미국 전역에 강풍과 폭설이 휩쓸면서 백여명의 사망자와 수백명의 상해자 그리고 수십억불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워싱턴 DC 일대는 폭설로 피해가 가장 컸었다. 특히 1주일여동안 단전이 되어 70여만가구가 추위에 견디다못해 다른 곳으로 잠시동안 피난 생활을 하기도 했다.
같은해에 강원도 월정사 부근에도 폭설이 쌓여 1주일여동안을 고립된 생활을 하다가 풀리기도 했었다.
눈은 약한 것 같지만 쌓이면 그 피해가 여러가지로 발생하기 때문에 눈이 쌓이면 아침 일찍 부자집마당과 진입도로까지 쓸어 준다. 주인이 눈쓴 사람이 누구냐 물어서 반달쯤 먹을 양식을 머슴에게 지어 보내는 것이 절대 불문률로 되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눈을 쓸어주는 봉사단이 결성되어 있다. 눈만 오면 대문밖에서 인근진입로까지 쓸어 놓으면 구청차가 실어가는데 호당 1달러쯤되며, 만일 주인몫인데도 쓸지 않았으면 구청에서 쓸어주고 2달러를 받아 간다.
우리 조상들은 눈이 내릴 때면 자주 쓸어서 집앞에 쌓인 눈이 없는 것을 근면성실한 사람으로 여겼기에 다음해에 머슴이나 삯군을 구할 때에 참고하였었다. 30년내에 폭설이라는 이번 눈에 인명피해와 재산손해가 크다는데 자기집 앞의 눈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는 보도에 아쉬움이 더한 대목이다.
/ 양복규(명예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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