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로 인해 상사병을 앓다가 죽은 총각의 상여가 들어온다. 그러나 황진이의 집앞을 지나려는 순간 상여는 꼼짝을 하지 않는다.’
조선조 명기 황진이의 일대기를 그린 창극 ‘황진이’는 이렇게 시작된다. 금강산공연을 며칠 앞둔 서라벌예술단(단장 홍성덕)의 연습이 전북도립국악원 분원에서 한창이다.전북도립국악원 단원 40여명이 포함된 방북공연단은 오는 25일과 26일 금강산 온정리 문예회관에서 두차례 공연을 갖는다.
‘황진이’공연은 공식적으로 서라벌국악예술단의 공연이지만 실제로 다음달 삼성문화회관에서의 합동공연을 준비해온 도립국악원 예술단 단원 40여명이 방북공연에 참여한다. 갑작스레 방북공연이 확정되면서 예정보다 20여일 앞서 공연을 갖게돼 방북공연이라는 부담에다 연습시간 부족까지 얹혀진 상황이다.
출연진들은 매일 연습시간을 훨씬 넘긴 시간까지 연습실을 떠나지 못하며 ‘혹독한 연습’을 벌여오고 있다. 특히 창극단장으로 올해초 부임한 홍성덕단장의 첫 작품인만큼 주문도 만만치않다. 출연진들은 제대로된 소리와 동작이 나올 때까지 반복연습을 시키는 홍단장의 연습스타일에 적응하는데도 상당한 한동안 고생스러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주인공 황진이역을 맡은 김세미씨는 “춘향전이나 심청전과 달리 장면이 바뀔때마다 ‘요염함’과 ‘단호한’성격의 황진이를 연기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특히 완벽을 기하려는 단장의 지도로 빠른 시간내에 작품이 완성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습시간부족이나 혹독한 연습과정은 북한에 우리국악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에 비하면 충분히 견딜만한 일이다.
작품 ‘황진이’(최공섭 극본, 홍성덕 작곡)는 서라벌국악예술단이 1996년 초연한 창작극으로 조선시대 명기 황진이와 당대의 석학 서화담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우리 고유의 창과 화려한 춤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이번에 공연되는 황진이는 서리벌예술단이 그동안 여성국극으로 제작했던 작품이지만 도립국악원 단원들과 함께 합동공연을 준비하면서 창극으로 재구성했다. 기존의 창극보다 관현악의 비중이 줄어들고 여성국극의 성격이 강조된다는 점도 이번 작품의 특징.
국악원 조용안단원은 “ 북한에서 공연을 갖는 것만으로도 단원들 모두가 흥분해 있는 상태”라며 “다만 북측이 공연시간을 1시간10분가량으로 맞춰 달라고 주문해 일부가 삭제된 채로 공연되는 것이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서라벌국악예술단은 여성국극의 맥을 이어온 공연단체로 이미 수십개국 순회공연을 통해 국내보다는 국외에서 더 잘 알려진 예술단체다. 방북공연단에 포함된 도립국악원 단원들은 모두 창극단 25명, 무용단 10명, 관현악단 8명 등이다. 방북공연후 다음달 7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에서 예정대로 공연을 가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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