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단 위에 앉아, 손에 파이프를 들고
벽난로 위에 슬프게 팔꿈치를 기대고
두 눈은 바닥으로 한 채, 파란 많은 내 영혼이여
비정하고 잔인한 나의 운명을 생각하노라.
희망이 날마다 나를 버티게 해주기에
끈질긴 고통에서 벗어나는 여유를 가져본다.
그리고 그 희망이 내게 또 다른 운명을 약속해주고,
로마 황제보다 더 높은 자리에 서게 하누나.
그러나 잎 담배가 재가 되자마자
난 원래의 모습으로 내려가야 하고,
자주 이렇게 되뇌어 보면서 나의 처지를 달래보누나.
아니 나에겐 담배를 피우는 것과 희망으로 살아가는 것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구나.
담배는 연기, 그리고 인생은 한 줄기 바람인 것을.
이 시는 프랑스의 바로크 시인 생-타망이 쓴 소네트이다. 시인은 이 시의 전면에 멜랑콜리를 내세우면서도 그것을 내면적인 감정으로, 혹은 인간의 운명에 대한 현상학적 저항의 모티브로 자극하지 않는다. 시행을 따라 '절망'이 짓누르지만 그 '절망'은 우리모두가 잘 순응해야 할 확고부동한 일상의 동반자로서 묘사된다.
냉정하게 돌아보면 우리의 삶은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든 관계 맺음 속에서 파생되는 절망과 희망의 교차와 엇갈림, 그 여정의 반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01년에 들어서도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신화가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음을 절감한다. 가슴이 아프다. 이런 때일수록 봄의 자연이 빚어내는 생동하는 변화들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생-타망이 노래한 무아(無我)의 영혼의 상태를 체험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된다. 그리하여 절망과의 멋진 동행을 끝내고 희망의 대지에 둥지를 틀 수 있는 에너지를 비축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조화림 (전북대학교 불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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