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 남성들’의 별볼 일 없는 인생유전기를 그린 ‘마이너리그’로 메이저(?)급 작가군으로 부상한 소설가 은희경씨. 은씨가 16일 홍지문화공간이 개관기념으로 마련한 ‘작가와의 대화’에 첫손님으로 초대됐다. 이 자리에는 1백여명이 넘는 지역문인들과 시민들이 참석, 은씨와 그의 소설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은씨는 “오랜만에 전주를 찾았지만 반겨주는 분들이 많아 가슴 뿌듯하네요”라며 지난 95년 신춘문예에 당선됐을 때의 기쁨 못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은씨는 “소설속의 책방이나 공원, 가톨릭센터 등은 내가 성장했던 전주에서 따온 것들”이라며 오늘에야 소설이 전주라는 공간에 빚진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은씨는 “모 신문사에서 황석영씨가 작품을 구상하는 기간을 메우기 위해 여성작가들의 릴레이 연재를 기획했다는 말을 듣고 끝까지 거부하다 쓴 소설이 마이너리그”라고 소개했다. 이때 느낀 ‘주인공을 위한 단역들의 심정’이 이 소설을 쓰게한 원동력이 됐다는 은씨는 남성적인 세계관과 권위의식 등을 유쾌하게 패러디해 허세 사이에 숨어있는 진실을 보이고 싶었단다.
“30대 중반 이후 ‘인형처럼 규정된 나’가 사는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사회나 타인이 바라보는 내가 아닌 내 자신의 삶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은씨는 강요된 규범에서 벗어나려는 의지, ‘자의식’이 소설의 밑거름이 됐다며 모든 이가 성공하지 못하고 그저그런 마이너리티로 전락하는 인생부조리를 녹여냈다고 밝혔다.
페미니스트로 비춰지는 자신에 대해 “모든 여성들은 잠재적 페미니스트이고 나는 남녀 구분없이 인간을 존중하는 휴머니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는 은씨. 은씨는 앞으로도 멋진 소설은 못쓸 것 같다며 자신의 마음이 읽어내는 인생-별 볼 일 없더라도-을 담아내는 글쓰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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