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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의 한문속 지혜찾기] 가야금의 소리는 현에서 나는 걸까?



가야금의 소리는 현에서 나는 걸까? 손가락에서 나는 걸까?

 

若言琴上有琴聲, 放在匣中何不鳴. 若言聲在指頭上, 何不於君指上聽.
약언금상유금성, 방재갑중하불명. 약언성재지두상, 하불어군지상청.

 

가야금에서 소리가 난다면 그 가야금을 상자에 넣어두면 왜 소리가 나지 않을까? 만약 소리가 손가락 끝에서 나는 거라면 그대는 왜 소리를 손가락 끝에서 듣지 않는가?

 


송나라 때의 시인 소동파의 시이다. 과연 가야금 소리는 악기에서 난다고 해야 할까?

 

손가락에서 난다고 해야 할까? 악기도 손가락도 아니다. 소리가 나는 곳은 악기의 현과 손가락이 만나는 곳이다.

 

너와 내가 서로 사랑하는 까닭은 네가 특별히 예뻐서도 아니고 내가 특별히 똑똑해서도 아니다. 바로 너와 내가 만났기 때문이다. 사랑은 항상 만나는 자리에 있다.

 

천리 밖에 서로 떨어져 있어도 늘 마음은 만나고 있으면 그것은 뜨거운 사랑이다. 옛 사람들은 천리 밖 먼 곳에 떨어져 있으면서도 '달'이라는 인공위성을 통하여 밤마다 서로 만났고, 오늘날이야 마음만 하나라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전화기를 통해 귀밑에서 속삭이는 연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리는 현과 손가락이 만나는 곳에서 나오고 사랑은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에서 자란다.

 

若:만일 약  琴:거문고 금  放:놓을 방  匣:갑(상자)갑  鳴:울 명  何:어찌 하  聽:들을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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