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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上界'가 내려앉는다



보리수 나무 아래서 해탈한 부처님은 영축산에서 인산인해를 이룬 대중을 모아놓고 법화경을 한다. 이때 천상에서 부처의 소리를 듣고 내려온 천명의 동자와 천명의 선녀들이 춤을 추고 노래한다.

 

 

20일 부처님이 금산사에 내려 앉는다. 이날 오후 1시 경내에서 열리는 장엄한 전통 불교의식 ‘영산작법’재현에 의해서다.

 

노래와 춤으로 부처님을 맞는 천동천자는 영산작법의 원형을 되살리는데 열중인 영산작법보존회(회장 석정스님·66·극락암 주지) 회원 31명. 석정스님(작법)과 일암스님(범패·실상사)을 비롯해 이들 단체는 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보존회는 이날 부처시대 당시 천인들이 부처님께 공양올렸던 천무와 천음악을 재현하는 극적 구성을 가진 영산작법을 금산사에 되돌려 놓는다.

 

이 의식에서 사용되는 음악가운데 빠질 수 없는 것이 범패. 장단이 없는 선율인 범패는 영산재 외에 다른 재를 지낼때도 두루 사용되는 불교의식음악이다. 가곡, 판소리와 더불어 한국 고유의 3대 성악곡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범패는 익산 금마 출신인 진감국사가 당나라에서 범패를 수학하고 돌아와 보급, 호남지역에서 성행했다. 그중 한 갈래가 이들 보존회를 중심으로 맥을 이어오고 있는 완주 봉서사에 있다. 전라도 음악기법이 반영된 완주 봉서사 범패가 서울의 무현문화재와는 달리 음악과 가락, 박자, 시김새 등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영산작법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극락암에서 일주일 넘게 손발을 맞춘 보존회원들은 이날 천상에 계시는 불보살님을 청해 모시는 ‘시련’을 시작으로 ‘운수상단’‘영산복청계’‘다계작법’등을 시연한뒤 ‘회향’으로 모든 의식을 마친다

 

영산작법을 제대로 재현하기 위해서는 최소 인원 30명이 사흘 낮과 밤 동안 의식을 치러야 하지만 이날은 두시간에 걸쳐 약식의례로 진행된다.

 

석정스님은 “전북과 서울 두곳에서만 영산작법이 보존되고 있지만 그중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 우리 전북이라고 할 수 있어요 ”며 “의식을 배울 학인스님들이 점점 줄고 있는데다 자치단체 지원도 부족 맥이 끊길 처지”라고 말했다.

 

88년 29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출전 종합최우수상을 거머쥐었던 영산작법보존회는 20일 오후 2시간동안 영산작법의 진수를 선보인다.

 

                                                                              /임용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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