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레동안이나 전주벌을 달구었던 소리축제가 막을 내렸다. 많은 우려속에 출발한 것 치고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소리의 축제가 어떤 형태로 진행될 수 있으며 어떤 종류의 기획이 가능한가도 보여주었다.
일사불란한 조직운영을 통해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큰 무리 없이 감당해낸 것을 지켜본 것만해도 이지역 문화계로서는 커다란 수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노정된 문제점 또한 만만치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소리축제의 정체성 문제이다. 왜 ‘소리축제’이고 이때 ‘소리’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가가 불분명하다. 또 짤즈부르크나 비엔나가 아닌 전주에서 왜 ‘소리’의 향연을 해야하는지가 축제의 열기가 사라지자 더욱 또렷히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잡다한 프로그램의 백화점식 열거나 기획공연의 부족, 그리고 수준 낮은 연주 등 축제 내용에 관한 것 뿐 아니라 행사진행자들의 지나치게 딱딱한 태도 등 진행과 관련된 세세한 사항들에 대한 점검과 반성은 이제부터 차분하게 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에 앞서 무엇이 소리축제를 이나마 성공작으로 이끌 수 있었는가에 대한 엄정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먼저 이 지역주민들의 거의 맹목적이라 할 수 있는 ‘소리’에 대한 열정을 들 수 있다. ‘동원’의 혐의를 온전히 떨쳐버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과 상관없이 공연장을 지켜준 주민들의 성의야말로 축제분위기 조성의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와같은 주민들의 높은 참여율 뒤에는 이 지역 언론들의 헌신적인 홍보노력이 있었다. ‘언론의 발목잡기’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지역주민들을 감동시켰을 것이다. 이 점은 조직위에서 나온 홍보물보다 더 체계적이고 알기 쉽게 제작된 각 언론사 안내문만 대조해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이만큼의 성공에도 조직위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는 말이 된다. 그 엄청난 예산에 주민들의 열광적인 소리사랑과 언론의 열정적인 축제살리기를 등에 지고 어찌 이런정도의 외형적 성과를 못만들어내겠는가.
짧은 기간에 그 복잡한 우여곡절을 겪고도 이 만큼의 성과를 일구어낸 공을 몰라서하는 말이 아니다. 외형적 성과에 현혹되지 말고 냉정한 자기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이번 축제를 통해 가능성이 검증되었으니 이제 이를 가다듬어 세계적인 소리의 향연으로 발전시켜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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