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어 합으로’를 주제로 한달간의 여정을 마친 2001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전통적인 선(線)과 붓글씨, 서예도구, 서예범주 중심의 서예가 지닌 선과 경계를 넘어 21세기적 조형언어로서의 새로운 형식과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던 서예비엔날레는 어떤 성과를 남겼는가.
지난달 6일부터 5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을 비롯해 전북예술회관, 전북학생회관에서 열렸던 서예비엔날레가 내세웠던 것은 서예의 대중화와 세계화. 조직위원회는 올해 비엔날레를 통해 대중성과 세계성 확보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자평했다.
관람객 추이를 살펴보면 주최측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한달동안 전시실을 찾은 관람객은 모두 25만명. 하루 평균 8천명 이상이 전시실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지난 99년때의 10만여명보다 2.5배나 늘어난 수치. 특히 이들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 5천9백여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서예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겨냥한 축제로서 가능성을 충분히 엿보인 셈이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 가운데는 서예인보다 일반 대중들이 더 눈에 띄였고 휴일보다는 못했지만 평일에도 관객몰이가 지속된 점, 서예의 관심을 보이는 초중고 학생들이 대폭 증가한 것 등은 ‘서예인들만의 잔치’라는 우려를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서예가 특정한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생활속에 살아있는 문화언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던 것이다.
지난 97년 첫 문을 연 이래 99년을 거쳐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서예비엔날레는 이전 행사보다 다양한 기획이 동원됐다. 99년 대회와 행사수는 같았지만 본전시를 비롯해 6개 특별전·8개 부대행사로 짜여져 볼거리와 체험현장이 늘어났다.
20개국을 대표하는 오늘의 서예가 76명의 예술세계를 펼쳐보인 본전시는 서예의 조형예술 세계에 새롭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6개 특별전, ‘천인천자문전’‘세계 문자서예대전’‘국제문자각전’‘연하장서예전’‘오늘의 전북서예’‘아름다운 전북’등은 새로운 세기에 서예의 의미와 가능성을 제시했다.
외국작가들 참여가 대폭 늘어난 것도 특징. 20개국 2천2백여명의 서예인들이 참여, 국제적인 축제를 내세운 서예비엔날레의 면모를 세웠고, 국제문자각전과 세계문자서예전 등은 서예가 동아시아를 벗어나 세계에서 상용화될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작가와의 만남’을 비롯해 ‘만법귀일’ ‘도전 비엔날레 2003’‘서예술의 실용화전’ 등은 일반 관객들이 단순한 감상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하며 서예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을 수 있는 자리였다.
서예를 학술적으로 조명하는 국제서예학술대회, 동아시아 문화와 서예술의 위치를 점검하는 동아시아문화포럼 등은 서예예술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탐색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한 자리였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여전히 적지 않았다.
이번 대회 예산은 도비와 국비, 조직위 자체에서 마련한 비용까지 포함해 모두 6억 7천만원. 다양한 기획을 꾸려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었다. 자연히 서예인들의 출혈이 적지 않았다.
특히 올해 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대회를 기획·추진해야 하는데도 전북도의 예산은 내년말이나 결정돼, ‘뜬구름 잡는 식’의 계획만 세우다 결국 대회를 코앞에 두고서야 졸속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올해 행사 이후에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계인사들은 서예비엔날레가 보다 전문적인 축제로 치러지기 위해서는 법인체로 발전시키는 방법과 기금마련이 모색돼야 한다고 제안한다. 관 지원에만 의존한 채 운영되는 비합리적 구조보다는 민간 주도로 운영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대회 직후 행사전담 사무국이 설치됐지만 상근인원이 고작 1명에 불과,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서예인들의 조건없는 봉사가 아니면 행사를 치를 수 없었던 점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때 안타까운 대목이다.
최소한 서예큐레이터가 한명 이상 상주, 세계 서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끊임없는 기획물이 쏟아져 나와야한다는 것이 서예인들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비엔날레 그랑프리 수상자 선정방식을 둘러싼 잡음은 앞으로의 행사 운영방식 개선에 과제를 안겨 주었다.
비엔날레 기간동안 공식행사장을 제외하고는 전주시내 어느곳에서도 서예의 향취를 느낄 수 없었던 점도 아쉬움. 지역 문화예술 단체와 관련기관들의 연계작업이 더해져 비엔날레 행사장이 아닌 다른 화랑에서도 서예술을 맛볼 수 있는 기획이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은 그런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주전시장인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의 경우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이 미비해 관객들의 불만을 샀던 점도 행사운영의 묘미가 아쉬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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