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무용학과 김화숙교수가 3년동안의 침묵을 깨고 다시 열정을 모아낸 신작으로 무대에 선다.
김교수가 안무를 맡고 경성대 한혜리교수가 대본을 쓴 ‘달이 물 속을 걸을 때’. 8일 오후 7시, 9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김교수가 만들고 키워온 현대무용단 사포(대표 강형숙)의 창단 15주년과 김교수의 춤 30년을 기념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김교수가 직접 뭉요수로 출연하고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딸 김솔씨(한국예종무용원 강사)도 출연하는 의미있는 무대다.
‘달이 물 속을 걸을 때’는 인연(因緣)에 대한 일곱빛깔의 단상을 담고 있다. ‘문득 알아보았습니다’, ‘길을 찾습니다’, ‘기다림이 끝나면’, ‘인연은 계속되다’ 등의 네가지 장면과 일곱개의 이미지가 교차하는, 서정적이면서도 감각적인 깊은 사색의 보고서이기도 하다.
강물처럼 흘러가는 시간과 달빛으로 대비되는 공간이 서로 얽혀가며 고독, 그리움, 기다림 등을 토해내는 이 작품은 김교수의 무대데뷔 30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교수는 그동안 ‘그 해 오월’(1995), ‘편애의 땅’(1997), ‘그들의 결혼’(1998) 등의 광주민중항쟁 3부작과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다시핀 그대에게’등 역사와 사회성 짙은 작품들과는 궤적을 달리하며 신서정주의와 감성언어를 앞세우는 작품들을 통해 폭넓은 예술적 교감을 이루어왔다.
김교수의 분신(?)이기도 한 현대무용단 사포는 지난 85년 창단한 이래 지금까지 13차례의 정기공연과 1백여차례의 기획 및 초청공연 등을 가져오면서 도무지 깨질 것 같지 않은 지방무용단의 한계를 딛고 전국을 아우르며 지역춤단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서울시가 이번 작품을 지원한 것도 사포무용단의 무한한 예술성을 ㅇ니정하고 있기 때문.
김교수는 “언젠부턴가 현대무용이 춤외적인 요소를 강조하면서 정작 춤의 기본을 망각하고 있다”며 “이번 작품은 순수하고 서정성 짙은 춤의 아름다움을 전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소개했다. 사포의 초창기 단원들인 강형숙 신용숙씨, 그리고 김정철 강정현 송현주 송형준 정세라 송주은 박효준 오화련씨가 출연한다.
[인터뷰] 62번째 신작 공연 앞둔 김화숙 교수
“지난 71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어느새 30년이 지났더라구요.”
김화숙교수(51)는 자신의 30년 춤인생을 기념하는 ‘달이 물 속을 걸을 때’공연을 앞두고 들뜬 마음보다는 오히려 차분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90년대 들어 광주민주항쟁이나 동학혁명 같은 사회성 짙은 작품을 발표한 김교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서정적인 예술세계를 다시 찾았다.
“지난 5년동안은 사회성짙은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갔지만 이제는 인간과 인간의 인연을 화두로 창작과 실험성에 기반을 두고 있는 현대무용의 형식적 특징을 찾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사람의 그리움과 고독을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추상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관객들은 자신의 모습과 맞닥뜨리게 될 것입니다”
이 작품은 그의 예순두번째 창작작품. 해마다 2편이상의 작품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과 교감을 꾀해왔던 그는 “이같은 다작은 존재에 대한 확인에서 비롯된 것같다”면서 “지금처럼 많은 작품을 올리지는 못하겠지만 현대무용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일은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옥스퍼드춤 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예술적 역량을 발휘해온 그는 “이번 작품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소개하면서 “지역에서도 창작 작품들이 일회성공연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연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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