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人莫問郞年幾, 五十年前二十三
가인막문랑년기, 오십년전이십삼
그대, 이 사람의 나이를 묻지 마시오. 오십 년 전에는 스물 셋이었다오.
조선의 '두보(杜甫)'라는 평가를 받는 조선시대 최고의 시인인 자하(紫霞) 신위(申緯)선생의 詩句이다. 자하 선생이 73세이던 해 서울의 남쪽 마을에 사는 어떤 젊은 여인이 찾아와 노년의 자하 선생을 돌보기를 자청하였다.
그 여인은 외모도 아름다웠을 뿐 아니라, 매우 영민하고 글도 제법 깨우친 처지라서 가히 미모와 재덕을 겸비했다고 할 만 하였다. 그러나 자하 선생은 자신의 연로함을 들어 이 여인의 청을 정중히 사양하면서 이 시를 지었다.
가는 세월 앞에서 드는 나이는 막을 길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새로운 각오 속에 희망의 꿈을 설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는 세월이 야속하고 드는 나이가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왕에 가는 세월 속에 어쩔 수 없이 드는 나이라면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한번쯤 돌이켜 과거의 젊었던 시절을 생각하며 한 30년쯤 나이를 깍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오십 년 전에는 나도 스물 셋이었다고 말하는 자하 선생처럼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마음의 여유와 풍류가 있을 때 우리는 정말 과거처럼 젊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이도 세월도 아니 세상 모든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이왕에 반 병 남은 술이라면 '반병이나 남았다'고 생각하며 살 일이다. 그리고, 70 노인이라도 50년 전의 청춘을 생각하며 살아볼 일이다. 한층 활기찬 삶이 될 것이다.
佳:아름다울 가 莫;말 막 郞:사내 랑 幾:몇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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