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은 무엇으로 피는가?
落紅不是無情物, 化作春泥更護花.
낙홍부시무정물, 화작춘니갱호화.
떨어진 꽃잎이라고 해서 정(情)이 없는 게 아니다. 그 꽃잎이 썩어 진흙이 되어 다시 봄날에 새 꽃을 보호하느니.
청나라 때의 문인인 공자진( 自珍)의 시구(詩句)이다.
활짝 핀 꽃에는 많은 사랑을 보내다가도 꽃잎이 지고 나면 떨어진 꽃잎은 무시하는 게 당연하다는 양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지만 떨어져 누운 꽃잎이라고 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
그 꽃잎은 오히려 거룩한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썩어서 새봄에 피어나는 꽃의 거름이 되어야지'하고 말이다. 이러한 꽃잎을 일러 누가 감히 '무정물(無情物)'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사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늙어 하릴없이 세월을 보내고 있는 노인이라고 해서 어찌 생각이 없으랴. 자식을 위하고 손자를 위하는 마음은 전보다 더 하리라. 그런데 젊은 아들과 손자들은 오히려 할아버지, 할머니 보기를 떨어져 누운 꽃잎 보듯 하여 아예 아무런 관심조차 보내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노인은 서럽다. 서러운 마음으로 꽃잎이 지듯 시들어 간다. 누구라도 감히 꽃을 좋아한다고 말하려 한다면 지는 꽃도 사랑하고 떨어져 누운 꽃잎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은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여전히 뜨겁게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어느 날인가 할아버지가 계시던 그 자리가 너무나도 허전해서 엉엉 울 때가 있으리라는 것을. 봄꽃은 무엇으로 피는가? 지난 해 떨어진 꽃잎이 만든 거름흙으로 핀다.
落:떨어질 낙 紅:붉을 홍 化:될 화 泥:진흙 니 更:다시 갱 護:보호할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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