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희망
山重水復疑無路, 柳暗花明又一村.
산중수부의무로, 유암화명우일촌.
산 겹겹 물 겹겹, 더 이상 길이 없는 줄 알았더니, 버드나무 그늘 짙고 꽃 밝게 핀 곳에 다시 한 마을이 있네.
송나라 때의 애국 시인인 육유(陸游:호는 放翁)가 지은〈유산서촌(遊山西村:'산서'마을에서 놀며〉이라는 시의 3, 4구이다.
이 구절은 원래 외딴 마을 산서촌(山西村)의 외짐을 읊은 구절인데, 나중에는 그 뜻이 확대 해석되어 '더 이상 출로가 없는 걸로 알고 절망에 빠져 있었는데 다시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비치기 시작하였네'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
그렇다! 산길을 가다보면 산 너머 산이고 물 건너 물이어서 전혀 인가가 없을 것 같다가도 어느 산기슭을 돌아들면 다시 마을이 나타나고 절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사람살이도 마찬가지다.
벼랑 끝에 서서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는 것 같고, 또 사방으로 꽉 막힌 어둠에 갇혀 아무 곳에서도 출구를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홀연 한 줄기 빛이 갈 길을 밝혀 주는 경우가 있다. 그게 바로 희망이다.
희망은 보려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절망에 빠져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 화창한 봄날에 병원에 누워서 희망은 나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분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다.
봄에 피는 이 아름다운 꽃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서 어디 갈 곳이 없어서 죽음의 길을 가는가? 마음을 비우고 희망을 갖는 한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라도 버드나무 우거지고 꽃이 활짝 핀 마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重:거듭 중 復:다시 부 疑:의심할 의 路:길 로 柳:버들 류 暗:어둘 암 村:마을 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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