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적당량'이 있을까?
唯酒無量, 不及亂.
유주무량, 불급난.
술은 딱히 정해 놓은 양이 없으셨으나, 난(亂)한 지경에는 미치지 않으셨다.
이 말은 논어〈향당(鄕黨)편〉에 나오는 말로써 공자의 평소 생활 습관에 대해서 언급한 것이다. 술이라는 게 본래 정신적인 긴장을 풀고 마음의 편안함을 얻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딱히 그 양을 정해 놓고 마시기가 무척 힘든다.
따라서, 술의 양을 지킨다는 것은 아예 술을 끊는 것 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래서 공자께서도 술의 양은 일정하게 정하여 두지 않은 것 같다. 그러면 술에 '적당량'이라는 것은 아예 없는 것일까? 아니다. 있다.
어느 정도가 적당량인가? 난(亂:난잡함)함에 미치지 않을 정도가 바로 적당량이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그러니까 '난함에 미치지 않을 정도'가 도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고 반문할지 모른다.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은 영원히 '적당량'의 의미를 알 수 없다. 술을 마시려면 평소의 수양이 필요하다. 수양이 되어 술을 마시고서도 스스로를 절제하여 난함에 미치지 않는 사람에게는 분명히 '적당량'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적당량이라는 게 없다.
혹자는 논어의 이 구절을 "唯酒無量, 不及, 亂."이라고 구두점을 찍어 "唯酒無量이니, 不及이면, 亂이라." 즉 "술은 양 없이 마실 테니 그 양에 미쳐주지 못하면 시끄러울 줄 알아라" 고 자못 유희적으로 호탕하게 해석하는 사람이 있다. 안될 말이다. 어떠한 이유로도 술은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唯:어조사 유 量:헤아릴 량 及:미칠 급 亂:어지러울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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