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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전주국제영화제] 우리 산천의 우리 영화.. '집으로'



산과 들에 줄지어 피어나던 꽃들이 진 자리에 연초록으로 피어나던 새 이파리들이, 어느 덧 초록으로 변해가며 산천은 혁명을 이루어 낸 사회처럼 풍성해 보인다. 흙과 햇살과 바람과 비, 나무와 풀들이 이룬 저 아름다운 자연의 질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각성시킨다.

 

나이 일흔 다섯인 우리 어머님이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가셨다. 내가 어렸을 때 학교 운동장에서 공짜로 보여주던 홍보 영화를 보신 이후 처음이란다.

 

영화를 보신 후 감독하고 전화 인터뷰도 가지신 어머님은 영화 속에 나오는 할머니의 옷과 고무신과 바늘과 실과 닭 잡는 이야기며, 어쩔 때는 우리가 보지 못한 장면들까지 짚어가며 말씀을 하시곤 해서 우리들을 놀라게 하신다. 어머니의 가장 인상적인 그 영화 평은 '우리 같이 늙은 사람들이 볼 영화가 다 있다.'는 간단한 말이었다.

 

허리우드 영상에 익숙해져버린 영화에 대한 우리들의 시각은 요지부동처럼 보였다. 잘 알다시피 우리들 눈에 익숙한 외국의 많은 영화들은 우리들의 정서와는 전혀 다른 서양, 주로 미국의 시각으로 만들어 진 영화들이다.

 

상상력을 뛰어 넘는 폭력과 섹스, 그리고 서스펜스를 가미한 액션영화들은 하나 같이 흥미위주의 극히 값싼 오락 영화들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는 이런 영화들을 보며 우리들은 탄복하고 감탄해 왔다.

 

그러나 언제부터 우리들이 만든 영화가 우리 영화 관객을 서서히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그랬던 것이 요즘 들어 우리가 만든 영화들이 허리우드의 불랙버스터 영화들을 재치고 우리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러나 우리 영화들이 지나치게 폭력이 난무하고, 피범벅을 이루는 화면과 도저히 바라볼 수 없는 잔혹한 장면들이 판을 치고 있음을 많은 영화인들이 염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무리 영화 속의 현실이라지만 그 것이 도를 넘어버리면 사람들은 눈을 돌리는 것이다.

 

그런 때에 영화 ‘집으로......’는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기에 충분한 영화다. ‘집으로......’를 향한 사람들의 행렬은 그리 간단하게 해석할 문제가 아니다. 매스컴들의 흥미 위주의 보도에만 이끌리는 일시적이고 요란한 호기심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아무리 정치판이 더러워지고, 사람들이 정치에 넌더리가 나버렸다 해도, 그렇다고 해도 인간을 아름답게 훈련시키는 정치의 본질까지 더럽힐 수 없음을 지금 우리가 환하게 보고 있듯이, 아무리 우리들의 정서가 마모되고 메말라 비틀어져 버렸다고 해도 우리들의 피 속에 흐르고 있는 우리만의 아름다운 정서는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영화 ‘집으로.......’는 우리 순박한 농촌 정서를 담아낸 영화다. 도저히 동거 할 수 없는 산중의 나이 드신 외할머니와 도시에서 콜라와 켄터키치킨을 먹고사는 외손자, 그러나 그 둘은 이상하게 서서히 화해를 해 나간다.

 

우리 몰래 우리들에게 길들여진 서구적 가치와 삶의 방식들 속에 우리들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우리들의 정서가 아직도 분명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허리우드 영화 속의 그 화려한 '영화적인 것들'을 보고 자주 감탄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우리들을 감동시킨 영화가 몇 편이나 되었던가. 감탄은 크지만 순간에 사그라진다.

 

그러나 감동은 작고 하찮게 보여도 자신을 들여다보게 하고 세상을 다시 둘러보게 한다. 영화 ‘집으로.....’는 감독의 진심이 관객의 감동으로 잔잔하게 이어지는 우리 산천의 우리 영화다.

 

/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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