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전주국제영화제는 한일합작영화 ‘KT’가 연다. 일본의 중견 감독 사카모토 준지의 신작 ‘KT’는 일본에서 벌어진 ‘김대중 납치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전쟁’을 생각하며 영화의 정체성을 묻는 전주국제영화제가 그 시작에 개인과 운명 그리고 역사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묻는 ‘KT’를 선택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케이티’는 우리가 결코 피해갈수 없는 한국근대사의 비극적 역사를 통해 역사의 폭력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KT'는 DJ의 일본식 별칭이자 암살표적(Killing the Tarket)의 머릿글자에서 따왔다.
폭력에 대한 집착의 부질없음과 인간의 나약함을 그려온 사카모토 준지감독은 불투명한, 그러나 동시에 뜨거운 정치적 사건을 지적 스릴러로 옮겨 담으면서 예외없이 역사의 폭력을 이야기한다. 그는 역사적 사건, 그것도 아직 전모조차 낱낱히 밝혀지지 않은 미궁의 정치적 사건을 개인의 복합적인 내면세계와 갈등을 통해 사실성으로 구축해내고 있다.
캐릭터와 그들이 지닌 인간적 세계를 통해 폭력과 갈등, 화해와 대립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은 감독의 빼어난 미덕이다.
정치적 음모와 모략이 얽혀있는 납치사건을 스릴있게 전개해나가면서도 개개인의 인간적 고뇌와 갈등, 그리고 그 관계에 초점을 맞춤으로서 다큐멘터리적인 서사성 보다는 드라마틱한 휴먼스토리로 그려낸 것이 주목할만하다.
감독은 이 소재를 다루면서 이 사건의 구체적인 범인이라할 김차운이나 일본자위대원 도미타의 내면을 비춰내면서 그들의 운명과 역사의 관계를 깊숙히 파고든다.
‘케이티’는 김대중 납치사건, 그 자체가 아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듯이 정치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케이티'에서는 주인공도 따로 있지 않다. 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DJ(최일화)도, 중앙정보부 요원 김차운(김갑수)이나 일본 자위대원 도미타(사토 고이치)도, 유학생 이정미(안은용)도 주인공이 아니다.
“모든 역사적 사건은 영화의 소환요청을 거부할 수 없고, '케이티'는 바로 영화적 재현이란 법정에 그 사건을 불러냈다. 그러나 영화는 사건의 기억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억압할 수 없는 사건의 임의성을 드러낸다, 케이티 역시 그런 사건의 영화가 된다"
전주영화제가 '케이티'를 주목한 이유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본선에 진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이 영화는 한국의 디지털 사이트 코리아와 일본의 씨네 콰논사가 합작, 2년동안 60억원을 투입했다. 동경과 부산을 넘나드는 대규모 로케이션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이미 일본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관객들의 호평을 기대 이상이어서 제작사는 성공적인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26일 개막작 상영에 이어 28일 한차례 더 상영되며 5월 3일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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