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성 감독의 ‘뻑큐멘터리’ 리더필름을 본 중국 다큐작가들은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중국 다큐작가들의 질문시간. 정말 6㎜로 만든 것인가, 정치적인 소재의 풍자가 지나친 것은 아닌가, 공개적인 상영에 대한 제재는 없는가….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지만 양국간의 문화적 접근은 쉽지 않아 보였다. 정치적 풍자를 담은 영상물의 공개 상영은 이들에게 당연히 낯설 수밖에 없다.
5월 1일 오후 2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한·중 디지털 다큐멘터리스트들의 만남. ‘디지털, 사적 글쓰기 그리고 상상력의 확장’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가깝지만 막연한 곳, 서로 다른 시선 속에서 작업하는 한국과 중국의 디지털 다큐멘터리 작가들이 모여 서로의 시선과 언어를 교환했다.
중국 민간다큐는 우 웬광으로부터 시작됐다. 10여년에 불과한 역사이기에 획을 그어 말하자면 전통과 현대라는 개념보다 관주도 제작물과 민간주도 제작물로 나누는 것이 합당하다. 민관주도 제작물은 재정의 독립을 말한다. 이것은 ‘사전검열’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는 중국의 영상문화에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의미한다. 어쨌거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
자본의 영향에 따라 구분이 심한 중국의 경우에 디지털의 확장은 당연한 결과다. 디지털 다큐의 제작비는 필름제작보다 90%이상이 절감된다. 이 역시 확장의 한 원인이라고 했다.
‘상하이 패닉’을 감독한 앤드류 챙은 “소재나 형식의 제약이 심한 중국에서 사전검열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매력일 수밖에 없다. 이는 내용의 제한이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디지털로 인해 예전까지 불가능했던 소재나 공간에서의 촬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중국인들이 선택한 영상기기는 디지터 카메라. 중국은 현재 디지털 붐이 일고 있다. 레즈비언을 소재로 한 ‘박스’(에코 윈디)가 디지털 다큐로 만들어 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의 감독들은 “디지털은 여성감독의 출연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직접 들고 찍을 수 있고 촬영과 편집을 가능하게 했다.”고도 소개했다. 이같은 환경은 여성감독이 반을 넘는 한국의 현실과도 비슷하다.
중국에서의 다큐는 사전검열에서 제외되고 공개적인 상영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음성적 형태로 번지고 있다. 두 하이빈 감독(철길따라)은 “요즘 들어 상하이와 북경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단체와 영화제가 만들어지고 있고 특히 술집이나 소모임 등을 통해 보급되고 있다”며 중국내 디지털 다큐의 보급형태를 설명했다. 한국의 다큐문화로 볼 때 인디에 가깝고 언더에 포함되는 것. 외부펀딩이나 부업을 통해 제작되는 한국의 독립다큐들과 비슷하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디지털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하는 두 하이빈 감독은 “디지털은 일부분이나마 자본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켰고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최대한의 융통성을 발휘해 다큐를 찍는다”고 말했다.
한국 독립다큐멘터리의 새로운 경향인 사적 현상은 비단 우리만이 아닌 세계적인 추세다. 디지털 핸디캠의 놀라운 기술발전은 보다 사적인 다큐멘타리의 제작을 가능하게 만들어낸 것이다. 여기에서 ‘사적’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개인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체험적인 일상사에 대한 기록이나 개인에 대한 관찰만도 아니다. ‘사적’ 행위를 통해 ‘대중적’ ‘집단적’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사적’인 상상력의 확대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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