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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눈물어린 눈으로 꽃에게 물어도



눈물어린 눈으로 꽃에게 물어도

 

淚眼問花花不語하고, 亂紅飛過 韆去라

 

누안문화화불어하고, 난홍비과추천거라

 

눈물 어린 눈으로 꽃에게 물어도 꽃은 말이 없고, 흩날리는 꽃잎만 그네가로 날려 가네.

 

송나라 때의 문인인 구양수(歐陽脩)의 사(詞) 〈접련화(蝶戀花)〉의 마지막 구절이다.

 

꽃이 진다. 지는 꽃 따라 가는 세월, 가는 청춘이 아쉬워 눈물어린 눈으로 꽃에게 물어도 꽃은 말이 없다. 왜 지느냐고 물어도 말이 없고 이렇게 또 봄이 가는데 내 사랑은 언제 오느냐고 물어도 말이 없다. 그저 붉은 꽃잎만 뚝뚝 떨구고 있다.

 

그리고 떨어진 꽃잎은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뜰의 한 쪽에 매어있는 작은 그네가로 날아가고 있다. 고독이 물씬 묻어나는 애절한 사구(詞句)이다. 지는 꽃이 오죽 아쉬웠으면 김영랑 시인은 "모란이 지고 나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라고 읊었을까? "제 설움에 운다"는 말이 있다.

 

부모님의 영전에서 슬피 우는 까닭이 떠나 보내는 부모님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라기보다는 제가 처한 처지가 서러워 운다는 뜻이다. 지는 꽃이 아쉬운 것도 꽃이 처량해서가 아니라 내가 고독하기 때문이다. 허전하고 슬픈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화려한 것일수록 더 슬프게 보인다.

 

지는 꽃이 특별히 아쉬운 것도 초라한 내 모습에 비해 꽃이 너무 화려하기 때문이다. 눈물어린 눈으로 꽃을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허전하지 않아야 한다. 가는 봄을 웃음으로 보낼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실하게 꽉 채우자. 이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나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보도록 하자.

 

淚:눈물 루  眼:눈 안  亂:어지러울 난  過:지낼 과   :그네 추  韆:그네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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