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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생명] 全州 동완산동 이팝나무 군락지



전주시 완산구 동완산동 산 1-2번지.

 

회색 도심속에 푸른 섬을 이룬 전주천변의 이 자그마한 숲에는 해마다 5월이면 어김없이 하얀 꽃구름이 머물다 흩어진다.

 

5월중순을 전후해서 나무전체에 흰 쌀밥과 같은 하얀 꽃잎을 피워내는 이팝나무.

 

수령 2백년된 이팝나무 24주가 40여그루의 상수리나무와 섞여 자생군락지를 이루는 이곳은 도심속에서 꽃구름 장관을 감상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장소다.

 

전주에서의 만개 시기는 보통 5월18∼20일이지만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벚꽃처럼 개화시기가 훨씬 앞당겨졌다.

 

전주시는 지난 99년 천주교 순교지인 동완산동 초록바위 이팝나무 군락지 주변에 펜스와 안내판을 설치하고 천연기념물 지정을 추진했지만 아쉽게도 무산됐다.

 

현재 이곳 이팝나무는 시보호수로도 지정받지 못해 행정당국의 지속적인 관리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전북도 문화재위원인 길봉섭교수(원광대)는 “전주의 이팝나무가 특별한 가치를 갖는 것은 자생 군락지로 고증됐기 때문”이라며 “노송동에 소나무가 많았다고 기록된 일본 학자의 논문에 동완산동과 기전여고 주변 이팝나무 군락지도 언급돼 있다”고 밝혔다.

 

길교수는 동완산동 이팝나무 군락지가 오랫동안 훼손되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던 원인으로 두가지를 들었다.

 

우선 자그마한 구릉지대인데도 불구, 지형이 매우 가파르다는 점이다. 학술조사를 위해 이곳을 오르던중 주머니속 수첩이 빠져나갔을 정도라는 것.

 

또 이 주변이 예전 형집행장소여서 주민들이 접근을 꺼렸다는 것도 그 이유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안 마령면의 이팝나무 소재지가 옛날에 아기 무덤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돼 사람들이 피해다녔다는 이야기와 비슷하다.

 

천연기념물로서의 가치를 강조해 온 길교수는 “전주의 이팝나무 자체는 특별히 귀한 종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자생해 온 것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며 “수려한 경관은 물론, 도심속 허파구실을 한다는 점에서도 마땅히 보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주 도심에서 자생하고 있는 이팝나무에 10년넘게 특별한 관심을 가져 온 정승수씨(53·전주시 진북동)도 자생 군락지로서의 보존가치를 주장했다.

 

전국 이팝나무 소재지를 샅샅이 훑었다는 정씨는 “이팝나무 자생군락지는 전주와 포항시 흥애읍·경주시 안강읍 옥산서원 인근등 3∼4곳뿐이다”면서 “이중 전주의 이팝나무는 그 개체수도 많고 내륙지방 최북단 자생군락지로 추정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전북지역의 경우 순창 팔덕과 구림∼완주 구이∼전주 동완산동·다가공원쪽으로 이팝나무 군락지가 이어진다”고 밝힌 그는 “고창 선운산과 정읍 내장사등에도 이팝나무가 자라지만 개체수가 10주이상 되는 곳은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교직에 몸담았던 정씨가 이팝나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89년 전주천변 다가공원과 동완산동 초록바위에서 자생군락지를 발견하면서부터다.

 

이후 3년넘게 경상도와 전라도·충남등 내륙은 물론 도서지방까지 전국 곳곳을 돌며 채종(採種), 이팝나무 대량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이팝나무는

 

5월에 절정을 이룬 이팝나무 꽃을 보고 있으면 마치 겨울철 눈꽃을 봄에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수북하게 가지를 덮은 하얀 꽃잎이 흰 쌀밥(이밥)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팝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또 꽃피는 시기가 대체로 입하(立夏)무렵이어서 입하나무로 부르다 이팝나무로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키가 자라면 약 20m에 이르는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과의 암수 딴그루로 우리나라 남부지방과 일본·중국등에 자생하는 세계적인 휘귀식물이다.

 

근대적 수리시설을 갖추지 못한 예전의 농부들은 이팝나무 꽃의 만개여부에 따라 한해 벼농사의 풍흉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비가 많이 내려 이팝나무 꽃잎이 만개하면 그 해 농사도 풍년이 든다는 것.

 

일부 지방에서는 치성을 드리면 그 해에 풍년이 든다고 믿어 신목으로 받들기도 했다. 최근 관상용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예전에는 땔감으로도 많이 쓰였다.

 

전국적으로 김해와 전남 승주·경남 양산등 8곳의 이팝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또 포항시 흥애읍 옥성리에서는 해마다 5월이면 이팝꽃 축제를 열기도 한다.

 

도내에는 진안군 마령면 마령초등학교 교정에 있는 이팝나무가 지난 68년 천연기념물 제2백14호로,고창군 대산면 중산리 이팝나무가 67년 천연기념물 제1백83호로 각각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지정사유는 둘다 노거수.

 

최근에는 마령초등학교내 이팝나무가 고사위기에 처한 것으로 밝혀져 관리를 맡고 있는 진안군에서 응급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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