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출신 소설가 한상준씨(47)가 오랜 산고 끝에 귀한 생명을 세상에 냈다. 단편소설집 ‘오래된 잉태’(온누리). ‘감골에서’‘불갑산 편지’‘변비와 테러’ ‘多産의 世代’ 등 여덟 작품이 실려있다.
‘관부연락선’과 ‘또 다른 금강’은 귀향을 통해 근원에 가해진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인상깊게 보여준다. 지난한 세월에 담겨있는 한국전쟁을 꺼내 보였지만 쉽게 이념의 대립을 말하진 않는다. 오히려 질긴 인연 혹은 업보를 화두로 돌린다.
‘오래된 잉태’는 6·25 전쟁 언저리에 태어나 ‘굴곡진’ 삶을 살았던 세대가 어떻게 현실을 끌어안으며 스스로 고향이 되어 가는지를 긴 호흡으로 보여준다.
‘병마를 제어하면서 자신의 2세에게 심어줄 태교로 목놓음을 택’하는, 찢기고 갈라지고 그럼에도 새로운 생명의 잉태로 희망을 키우는, 후손들에게만은 훼손된 문명을 물려줘서는 안 된다고 절규하는 것. 작가는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끊임없이 회귀해야 할 고향으로서 바로 설 것인가'라는 성찰을 통해 비로소 미래를 말하는 것이다.
그는 지난 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에 발표한 ‘해리댁의 忘祭’를 시작으로 줄곧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그만의 작품 세계를 유지해 왔다. ‘작가의 눈’(전북작가회의) ‘사람의 문학’(순천작가회의) 등 지역 문예지를 통해 꾸준히 발표한 작품들은 강경한 어조를 빗대 오히려 따스한 체취를 보여줬다.
문학평론가 권순긍 교수(세명대)는 “그는 소설가가 되기 위해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맺힌 것을 풀기 위해 글을 쓴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전남 구례군 구례중학교에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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