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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선 "혼불"

 

 

문학사적 성과가 가져온 결실. 

 

22일부터 24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선보인 대서사음악극 ‘혼불’은 그것이 지닌 문학사적 위대한 성과를 그대로 증명했다. 3일동안 네차례 올려진 공연모두에 2천3백석의 객석이 빼곡히 들어차고도 부족해 넘쳐난 것만으로도 이는 입증되었다.

 

전주시립예술단이 기획공연으로 올린 이 작품은 전북을 대표하는 故 최명희씨의 대하소설 ‘혼불’을 음악극으로 만든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제작과정에서부터 관심을 모았다. 혼불의 무대형상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었을 뿐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의욕과 열정만으로도 주목받기에 족했기 때문이다.

 

“혼불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제작진의 의욕으로부터 이제 우리는 한편의 음악극을 얻었다는 성취감과 함께 전북을 대표하는 예술공연작품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시간만도 3시간. 국악적인 요소가 서양음악에 파묻히고 말았다는 일부 지적이 있었지만 자칫 지루해질 수 있었던 긴공연시간동안 국악과 양악의 교감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음악적 요소는 그런대로 무난했다는 평을 받았다. 대부분 공연의 객석을 가득채운 관객들의 관극태도나 반응을 감안한다면 평균점수는 받은 셈이다. 

 

하지만 이번 혼불 공연은 시도 자체에 대한 의미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무대예술의 완성도가 욕심과 의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대로 증명해주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2억원이란 막대한 예산, 그것도 전주시의 순수한 지원으로 이루어진 예산이 투자된 대작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혼불’에는 욕심만 있었을 뿐 철저한 준비작업의 미덕은 별로 도드라져보이지 못했다. 우선 그 준비기간부터가 짧았다. 올해 초 대본 작업이 시작된 이 작품은 3월부터 장르별 개별연습을 시작했고 1백80여명에 이르는 출연진은 겨우 공연 2주전에야 한자리에 모여 총연습을 할 수 있었다. 대규모 음악극을 내세우고도 제작기간은 6개월에도 채 못미쳤던 셈이다.

 

촉박한 준비과정에서부터 예견되었던 극의 완성도에 대한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음악극이라 내세운 극의 전체 구도에서 새어나온 헛점과 미숙함은 결과적으로 값진 의욕과 시도의 의미조차 가려버리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관현악단과 지휘자의 교감, 합창단과 소리꾼과의 호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연내내 관객들에게 불안함을 안겨줬다.

 

한국전통음악의 맛을 가미하기 위해 진도씻김굿이나 풍물, 상여소리 등을 도입했지만 남원과 전북의 고유 소리와는 거리가 먼데다 극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끊어놓는 사족(蛇足)이 되고 말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구나 음악에 짓눌린 극의 전개는 원작의 장대함을 살리기에 부적합했다. 아무리 대하소설이라고는 하지만 3시간이란 공연시간안에서도 축약의 미덕은 결코 살아나지 못했고, 나열식의 극 전개로부터  ‘혼불’의 사상이나 문학적 세계를 만나기는 어려웠다.  

 

무엇보다 10권짜리 대하소설을 극화하기 위해서는 연출의 요소가 필수인데도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듯 ‘들쭉날쭉’한 극의 흐름 때문이었다. 칸타타에 적합한 관현악단의 중앙배치와 무대 뒤로 빠진 합창단의 위치, 극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조명도 전체적으로 음악극을 산만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으며 극의 흐름과 관계없이 비슷한 동선으로 이어졌던 무용도 아쉬웠다.

 

초대권 남발도 극에 달했다. 주최측인 전주시는 “관람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는 답변으로 이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홍보했지만 굳이 무료로 이 공연을 강행한 것이나 23일 밤, 공연장 입구에서의 입장권 배부 행태는 모처럼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지역공연계의 관극문화를 오히려 한걸음 뒤처지게 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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