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보여주는 이 장관 앞에 모든 너를 벗어버리라. 편안한 세속적 관계를 버리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아라.’-모든 너를 벗어버리라-
글뜻 처럼 구속됨 없이 자유로우면서도 풍요로운 효봉 여태명 교수(원광대 서예과)의 작품세계가 ‘예술의 나라’ 프랑스와 독일에서 펼쳐지고 있다.
2일부터 9일까지 주불 한국문화원, 18일부터 31일까지 주독 한국문화원에서 효봉 여태명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한국문화원이 한국의 전통미와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
효봉은 민체로 대표되는 한글서예와 암각화 이미지를 띠는 현대서예, 사군자, 동양화 등을 선보이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말한다.
“오래전부터 한국의 미와 그 의식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국의 미의식을 살린 서예작품이 많지 않다는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았죠.”
이번 해외나들이는 효봉이 그 안타까움을 한국의 미의식과 정서, 그리고 해학적 요소를 담아낸 작업의 결실을 보여주는 자리인 셈이다.
문자의 필획이 도식적이고 형태가 단순하며 글자와 글자를 나란히 맞춘 궁체가 한글서예의 전부라는 틀에 벗어난 민체(‘사랑’·‘모든 너를 벗어버리라’)를 통해 한글의 예술성과 조형성, 그리고 한국적 미감을 외국인들에게 한껏 드러내 보이고 있다.
전통 조형미를 살린 효봉의 작품세계는 민체가 회화와 어우러진 현대서예에서도 한껏 빛을 발한다.
‘천·지·인’과 ‘장가가는 날’등에는 우리 민중의 평범한 모습과 순수한 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대 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 작품들은 서민들의 여유와 자연스러움이 다양한 선형들로 표현돼 편안함을 준다. 힘차게 뻗으면서도 선속에 부드러움을 감추고 있는 선속에 작가가 느끼는 기쁨과 분노, 슬픔, 즐거움이 오롯이 표현되어 서예술로 이어진 덕분이다.
효봉은 붓글씨의 아름다움을 살린 다양하고 독특한 한글 글꼴을 개발하는 등 한글체 대중화에 앞장서는 서예인으로 한국전각회 이사, 세종한글서예 큰뜻모임 이사, 한국문인화협회 이사, 한국서학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