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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나섰을 때와 물러났을 때

 

 

 

進則盡憂國憂民之誠하고 退則樂天樂道之分이라
진즉진우국우민지성 퇴즉락천락도지분

 

 

(관직에) 나아갔을 때에는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을 걱정하는 일에 성의를 다하고, 관직에서 물러나서는 천명을 즐기고 도를 즐기는 분수를 지키도록 하라.

 

 

송나라 사람 범중엄(范仲淹)이 쓴 〈사전예부시랑표(謝轉禮部侍郞表)〉에 나오는 말이다. 지난 7월 1일자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바뀌었고 얼마 전에는 국회의장도 바뀌었으며 며칠 전에는 개각도 있었다. 새 의자에 앉은 사람이라고 해서 감격해 할 것도 없고 물러난 사람이라고 해서 섭섭해 할 일도 아니다.

 

새 의자에 앉은 사람은 정말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많은 일을 해야 할 테니 기뻐하기에 앞서 오히려 짐이 무거움을 느껴야 할 것이고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도 섭섭해하기에 앞서 이제 짐을 벗고 내 뜻 내 분수대로 살수 있게 되었음을 반겨해야 할 것이다.

 

일단 관직에 나아간 사람은 국민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소신을 펼 기회는 얻지 못한 채 자리에만 앉아있다 나오면 그것은 영광이 아니라 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장관들의 수명이 너무 짧다. 안타까운 일이다.

 

히딩크가 4강의 꿈을 이룬 것도 그에게 끝까지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나 국민이 너무 조급한 것은 아닐까? 더욱이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개각을 하다니 안 될 말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데 애꿎은 장관만 바꾼다고 해서 민심이 수습되겠는가? 소신껏 일하고 떳떳하고 영광스럽게 물러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進:나아갈 진 盡:다할 진 憂:근심 우 誠:정성 성 退:물러날 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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