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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연잎 -빗속에서

 

 

貯椒八百斛하여 千載笑其愚커늘 如何碧玉斗로 竟日量明珠오?
저초팔백곡     천재소기우     여하벽옥두   경일량명주
        
뇌물을 좋아한 당나라 사람 원재(元載)가 후추마저도 뇌물로 받아 800곡(斛:1斛은 10섬)이나  쌓아두는 바람에 천년이 지난 후세에도 웃음거리가 되었거늘 너 연잎은 어인 일로 푸른 옥으로 만든 말(斗)을 들고서 하루 종일 빛나는 구슬을 되고 있느냐?

 

조선시대 문인인 최해(崔瀣)가 쓴 〈우하(雨荷:빗속의 연잎)〉라는 시이다. 연잎은 다른 풀잎이나 나뭇잎과 달리 비를 맞더라도 전체가 다 젖지 않고 마치 기름종이처럼 물방울을 동그랗게 모아들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연잎 위에 맺히는 그런 물방울을 보면 마치 연잎 위에 아름다운 구슬이 구르는 것과 같다. 빗방울 하나가 떨어지면 그 빗방울은 하나의 구슬이 되어 떼구르르 구르다가 연잎의 가운데로 모여 점점 더 큰 구슬로 변해간다. 그 구슬이 커질 대로 커져서 더 이상 연잎이 감당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연잎은 살짝 고개를 기울여 그 구슬을 다 쏟아내고 다시 떨어지는 구슬을 받기 시작한다.

 

시인은 이러한 연잎의 아름다운 모습을 놓치지 않고서 연잎을 향해 "어인 일로 푸른 옥으로 만든 말(斗)로써 하루 종일 빛나는 구슬을 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것도 그냥 물은 게 아니라, 뇌물을 많이 받기로 유명한 당나라의 탐관오리를 끌어들여 하루 종일 보석을 말로 되고 있는 너 연잎은 당나라의 탐관오리보다 더 하지 않느냐는 농을 섞어 묻고 있다.

 

발상이 너무나도 참신한 시이다. 명작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지금 덕진 연못에는 푸른 연잎 속에 연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비 오는 날, 덕진 연못에 가거든 이 시를 한번 읊조려 보도록 하자.

 

貯:쌓을 저  椒:후추 초  斛:휘 곡  載:해 재  愚:어리석을 우  竟:마침 경  量:헤아릴 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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