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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책의 맛

 

 

書如佳酒不宜甛이라.
서여가주불의첨

 

책의 맛은 좋은 술과 같아서 응당 달지 않아야 한다.

 

청나라 때의 명필인 이병수(伊秉綬)의 작품집에 나오는 대련의 한 구절이다. 이 구절의 '書'자는 서예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고 글이라는 뜻으로 풀이 할 수도 있으며 또 책이라는 뜻으로 풀이 할 수도 있다. 글씨나 글, 책의 맛을 술에 비유한 표현이 참 재미있다.

 

술의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일부 서양식 과일주를 제외하고서는 단맛이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동양적인 술 즉 찹쌀을 빚어서 만든 술일 경우에는 단맛이 나는 술은 잘 못 빚은 술로 간주되었다. 그러므로 술맛은 응당 달지 않아야 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너무 맛이 단 책은 결코 좋은 책이 아니다. 내용은 부실한데 흥미로운 농담이나 이야기만 가득한 책, 너무 얄팍한 미사여구로 꾸며진 책, 비록 제목은 고전을 다룬 책이라고 하더라도 흥미위주의 만화 형식으로 꾸민 책 등은 모두 맛이 단 책이다. 이런 책이 좋은 책일 리 만무하다.

 

책은 만인의 스승이다. 엄하지 못하고 달콤하기만 한 스승은 결코 스승이 아니다. 달지 않은 엄한 책, 달면서도 엄한 책 등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 발가벗은 채 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을 표지로 앉힌 책을 읽고있는 사람은 지금 발가벗은 그 여인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여름방학이다.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책을 읽히고 어른들도 휴가를 이용하여 좋은 책 한 권 읽도록 하자.

 

佳;아름다울 가  宜:마땅 의  甛:달 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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