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삼매경에 빠진 10대 여성댄스그룹 ‘E-NEW’
현란한 조명과 귀청을 울리는 음악, 그리고 온몸을 흠뻑 젖게 하는 춤. 10대들은 춤에 열광한다. 한때 미래 희망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백댄서’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요즘 청소년들은 ‘춤생춤사’한다. 단순히 춤이 좋아서, 취미로 즐기는 경우가 많지만 춤의 매력에 빠져 댄서나 그와 관련된 직종을 업으로 삼기 위해 매진하는 10대들도 부지기수다.
여성댄스그룹 ‘이-뉴(E-NEW)’도 10대 여학생들로만 이뤄진 그룹. 김미연(17·중앙여고 1년) 박나영(18·유일여고 2년) 윤아름(19) 이나라(17·영생여상 1년) 정다운(16·전일중 3년) 최자현(18·우석여고 2년) 한유란(18·중앙여고 2년) 등 7명이 멤버다.
전주 하늘을 찜통으로 눌러놓은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5일 오후 만난 그들은 물들인 머리와 힙합바지 차림이었지만 영락없는 여학생들이었다.
“유란이가 학교에 가서 빠졌어요” “조금 있다가 오는데 그때 이야기하면 안돼요?” “근데, 얼마나 크게 나가요?”….
부끄럼을 타면서도 할 말이 많은 듯 여기저기서 질문을 쏟아낸 이들은 댄스에 대한 이야기로 접어들자 진지해졌다. 이들이 춤에 쏟아붓는 혼과 열정이 그 누구보다 뜨겁게 때문이리라.
이뉴가 첫 선을 보인 때는 2000년 9월. 아름이가 주도했다. 성심여고 댄스동아리 소속이었지만 학교의 틀이 자신과 맞지 않아 1학년때 자퇴한 아름이는 “나만의 춤을 추고 싶어”서 이뉴를 만들었단다.
“우리팀은 힙합이나 비보이와는 달라요. 방송에 적합한 창작안무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재즈도 섞여 있어요.”
독창적인 댄스를 창작하고 직접 추는 것이 이뉴의 목표라고 설명한 아름이는 멤버 모두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하거나 안무가, 백댄서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뉴는 그 꿈을 이뤄가는 첫 걸음이란다.
그래서 꿈에 걸맞는 될성 부른 떡잎(?)을 멤버로 끌어들이는 절차도 있다. 연습생 과정을 거쳐 오디션을 통과해야 정식 멤버로 활동할 수 있단다.
“남들은 연습생 기간을 2∼3개월만에 끝냈는데, 저는 무려 8개월이나 걸렸어요.” 멤버중 유일한 중학생인 막내 다운이는 언니들과 함께 호흡맞추는 일이 기분좋다고 말했다. 수준급 노래실력을 자랑하는 다운이는 가수가 꿈이지만 안무가 쪽에도 마음이 쏠린단다.
나라와 나영이는 파핀과 웨이브가 특기이고 자현이는 물구나무서기가 장기다. 멤버들의 장기는 안무 곳곳에서 살아 숨쉰다. 안무 창작은 아름이가 주로 하지만 멤버들이 머리를 맞대고 참신하면서도 기발한 동작을 만들어낸다. 여고 1년생인 미연이도 안무에 소질을 보인다는 것이 멤버들의 귀뜸.
“우리 춤은 그룹으로 이뤄지는 것들이어서 멤버들의 위치와 동선, 그리고 조화가 중요해요.”
안무를 창작할 때 염두할 것이 많다는 미연이는 창작된 안무도 연습을 통해서 바뀌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최상의 율동을 만들기 위해서다.
어린 나이지만 춤에 폭 빠져있는 이유는 뭘까. 이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좋아서.”
‘오버맨’으로 통하는 자현이는 “무대에 처음 설 땐 떨렸지만 점점 저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이 좋아졌다”면서 음악에 몸을 맡기는 것도 신난다고 말했다.
춤이 너무 격렬해서 때론 몸을 다치기 일쑤란다. 나영이는 공연시작전 다리를 삐기도 했고 아름이는 발목인대를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좋은 성적을 냈단다.
그래서 멤버들이 다치거나 연습실에 도둑이 드는 등 나쁜일이 생기고 난뒤 참가한 댄스경연대회에서 상위입상하는 징크스(?)가 생겼다는 것이 나영이의 설명.
“꼭 징크스때문에 대회 입상하는 것은 아니예요. 그만큼 연습을 열심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연습실에서 하루 3시간 이상 호흡을 맞추니까요.”
나라는 학기중에는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요즘같은 방학때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맹연습한다고 소개했다.
보통의 댄스그룹은 연습실이 없어 여러 공간을 전전긍긍한다. 하지만 이뉴는 지난해 9월 전주 인후주공아파트 근처에 연습실을 얻었다.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에게 의지해야 했지만 매달 관리비 30만원은 직접 해결하고 있다. 상금 등으로 충분히 치를 수 있단다.
이뉴는 내년 아름이를 시작으로 서울로 상경한다. 그런다고 이뉴가 해체되는 것은 아니다. 이뉴는 남아있되 고교를 졸업하는 사람부터 서울에 올라가 엔터테인먼트사를 차리기 위한 실력을 쌓기 위해서다.
언니 동생들이 끌어주고 밀어주며 꿈에 한걸음씩 다가가는 이뉴. 그들이 백댄서로, 안무가로, 엔터테인먼트사 운영자로 비상하는 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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